따지고 보면 그것도 덩치만 좀 컸을 뿐 하나의 체육대회(?)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2주내내 파리올림픽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양궁, 탁구, 배드민턴, 펜싱, 사격… 이런 종목에도 손에 땀을 쥐며 매 순간 몰입했습니다.
지금 나를, 우리 가족을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나라는 분명 호주임에도 저는 한국팀의 경기에 일희일비했습니다. 어쩌다 한국과 호주가 맞붙는 일이 생겨도 아주 잠시 잠깐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뿐 저의 응원은 곧바로 한국을 향했습니다. 아무리 올림픽이 참가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리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는 한국팀을 보며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 또한 숨길 수 없었습니다.
탁구신동, 국민삐약이로 불리는 신유빈 선수를 향한 애정은 비단 저뿐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네 살에 탁구를 시작한 스무 살의 신유빈 선수는 어느덧 한국탁구를 책임지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및 여자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 두 개를 수확한 신유빈은 탁구경기 외에도 또 다른 귀여움과 예쁨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한두 입씩 베어 무는 바나나를 먹는 귀여운 모습과 납작복숭아, 혹은 엄마 표 주먹밥을 먹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그가 입에 물고 있는 에너지젤로 인해 한국의 한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전지희, 이은혜 등 언니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언니, 좋아요!” 혹은 “좋아! 좋아! 좋아!”를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벌떡 일어나는 모습은 온 국민들을 함께 열광케 만들었습니다.
제가 ‘유빈홀릭’에 빠지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중학교를 졸업한 신유빈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대한항공 여자탁구팀에 입단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오롯이 탁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오전에는 학교수업에 들어갔다가 오후가 돼서야 탁구를 칠 수 있었기에 ‘하루 종일 탁구만 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유가 그 정도의 유명세(?)면 원하는 대학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대학에 들어가봤자 말뿐인 대학생이지 실질적인 대학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감히 대학진학을 포기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수지도 대학생이 되는 걸 마다했습니다. 아이유와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두 친구 모두 사고방식이 참 건전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신유빈 또한 아주 기특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한 겁니다.
신유빈이 기특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아직 어린 친구가 그 동안 꾸준한 기부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열여섯 살 때부터 ‘돈은 먹고 살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기회가 닿는 대로 기부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작지 않은 감동과 사랑을 느끼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그가 실력 있는 탁구선수로는 물론, 나눔을 함께 할 줄 아는 예쁜 마음을 가진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바래봅니다.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 선수도 제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악바리’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과 정신력을 보여준 안세영이 금메달을 거머쥔 순간 보인 눈물은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이전에 안세영은 밀려드는 광고와 예능프로그램 섭외에 대해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로 모든 걸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결정은 파리올림픽에서 그 절정을 이뤄냈습니다. 금메달을 딴 직후, 곪을 대로 곪아 있었던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해 과감한 직격탄을 날린 그는 해야 할 말은 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안세영 또한 훌륭한 선수로, 할말은 하는 좋은 사람으로 꾸준히 성장해나가길 기원합니다. ‘파리의 추억’과 함께 저는 지난 2주 동안 특히 신유빈, 안세영 두 선수로 인해 엔돌핀이 팍팍 솟는 기분 좋은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정말 정말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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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