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나누는 친절과 배려, 더불어 살 수 있음에 행복 느껴
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의 순조로운 호주사회로의 융합을 돕기 위해 기획됐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포함,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인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제공한다. 이번 호에서는 1980년대에 이민 와서 오랫동안 가구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작품에 한국의 정신을 담아온 카스고객 김이기 선생 (가명)의 삶을 한인커뮤니티에 공유하기 위해 지난 호에 이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01_2년 전 어느 날 몸무게가 줄었고…
세월이 이리도 빠를 수가 있을까. 육십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칠십이 되었으니 십 년은 정말 화살처럼 빠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수시로 변한다. 세상도 변하고 나의 육체도 변한다. 멀쩡하던 몸이 어느 날 갑자기 아프다. 전혀 예기치 않은 날, 예기치 않게 아프다. 그래서 육십이 넘으면 자신의 몸에 세심한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2년 전 어느 날 몸무게가 줄었다. 한 달 새 4 킬로가 줄었다. 그래서 CT를 찍었다. 한쪽 폐에 새끼 손톱만한 게 보인다. 6개월 뒤에 또 찍었다. 그만한 크기의 작은 그림자는 커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일년 뒤에도, 이년 뒤에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금년에 다시 CT를 찍었을 때 작은 그림자가 조금 커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의를 만났다. 우선 폐 기능 검사를 받았다. 호흡을 폐로 깊게 마시고 뱉고, 또 깊게 마시고 뱉고, 세 가지 각각 다른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결과가 나왔다.
전문의의 “담배를 얼마나 오래 피셨나요?”라는 질문에 “한 삼십 년 되었지요”라고 답했다. “다행히 담배를 끊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폐 기능이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폐 기능이 79% 밖에 안 나옵니다.”
다음 검사는 조직검사와 전이검사였다. 그런데 조직검사는 웨스트미드병원에서 하고 전이검사는 와룽가 (Wharoonga)에서 하게 되었다. 이 두 가지 검사에는 모두 보호자를 동반해야 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당장 같이 가 줄 사람이 없는데 어찌해야 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허리 통증 때문에 ‘My Aged Care’에 등록은 해놓은 상태였지만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용해 본 일도 없어서 이곳에서 도움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일단 카스의 담당 코디네이터에게 알려야 될 것 같아 연락했는데 뜻밖에도 모든 도움을 다 받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02_예기치 않은 카스의 도움
담당의사는 일단 폐의 종양이 암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검사가 일사불란하게 신속히 진행되었다. 그리고 검사가 있는 날에는 카스에서 교통 및 동반자 서비스를 미리 준비해주어서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3주 만에 나온 결론은 폐암 1기였고 로얄알프레드병원에서 수술도 잘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초기발견으로 다른 항암치료나 부가적인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잘 먹고 운동하며 몸을 잘 관리하면 되었다. 그런데 병원에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마취를 하고 여러 가지 약 복용으로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퇴원하고도 거의 한 달여 동안은 심한 수술통증으로 강한 진통제를 복용해야 되니 회복을 위해 잘 먹는 일은 중요했는데 건강한 식사를 한다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도 카스의 도움이 정말 컸다. 카스에서 소개해준 음식 배달로 조금씩 입맛이 살아났고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니 이제는 거의 수술 전 입맛으로 돌아온 것 같다.
아직 수술통증이 남아 있어 움직임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음식과 청소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부문에서 카스의 도움을 받고 있어 큰 불편함 없이 산다. 이 자리를 빌려 카스와 담당 코디네이터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일주일 간의 짧은 병원생활이었지만 그곳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참으로 값진 시간이 되었다. 잘 먹을 수 있다는 것, 편안히 잘 수 있다는 것, 내 발로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것,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늘 하는 일상의 것들이 얼마나 축복된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 병을 얻고서야 새삼 깨닫게 되었다.
03_이루고 싶은 꿈
호주에서 살면서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 그들로부터 받은 친절과 배려, 관심과 보살핌, 그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렇다고 큰 부자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의 마음은 참 평화롭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것,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배웠던 목공예와 가구디자인을 위해 이곳에서 못다한 꿈을 펼쳐보는 것이다. 내가 위급할 때 도움 받았던 카스는 노약자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단체이다. 그리고 한국인 직원들이 있어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니 참으로 편리하다. 그런 카스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여 늘 우리 곁에서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싶다.
한편, 김이기 선생이 제작한 바둑판에 사용된 목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타스마니에서만 소수가 자라는 희귀목인 현목 (Huon Pine)으로 제작되었다. 그 동안 한국에서 사용된 바둑판은 다리 모양이 일본 식민지시대에 만들어진 일본 사쿠라 꽃잎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것을 사용해왔는데 작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적 디자인을 연구,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이것을 널리 알리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는 후세에 길이 남길 목적으로 모든 바둑판을 상감기법으로 제작하여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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