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족

제가 결혼할 무렵, 한국에서도 ‘딩크 (DINK: Double Income No Kids)’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부가 맞벌이는 하되 자식은 낳지 않고 오롯이 두 사람의 삶에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딩크는 1980년대 미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가족형태였습니다.

자녀가 없으니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경력단절 문제도 없고 자녀를 양육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 자녀를 키우며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없으니 부부 모두가 자유롭다는 면에서 딩크는 당시 젊은 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딩크족은 자녀 등 책임져야 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재산분할만 해결하면 부부관계가 어렵지 않게 정리돼 이혼이 쉽다는 문제점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훗날 마주하게 될 국가적인 출산율 저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최소 2남 3녀’를 욕심(?)냈던 저로서는 애초부터 딩크족 같은 것엔 아예 관심조차 없었지만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외롭게 자란 저로서는 열심히 벌어서 하루라도 빨리 내 집을 마련하고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게 최상의 그림이었습니다. 아내 또한 저와 같은 마음이어서 제 월급은 물론, 제가 외부원고나 특강 등으로 벌어오는 돈들을 살뜰하게 챙겨 정말이지 우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 집 마련을 포함해 오순도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그깟 집, 뭐가 중요해? 아니, 어느 세월에 돈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한대? 차라리 지금 마음껏 쓰고 편하게 즐기는 게 낫지!” 그래서 그들은 집을 사는 것보다는 월세를 살더라도 좋은 동네에서 좋은 차 굴리는 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각종 명품을 즐기고 몸에 좋은 음식이나 건강식품 등은 빼놓지 않을뿐더러 유명 맛집이나 새로 오픈 하는 식당도 절대 거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 후배지인 중에도 그 같은 삶을 추구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비록 렌트를 살더라도 이스트우드를 절대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그들 부부는 2베드 아파트에 렌트로 살면서도 자동차는 포르쉐 SUV를 타고 있습니다. 옷이며 가방 등은 철저히 명품이어야 하고 맛있는 집은 놓치지 않고 찾아 다닙니다. 호주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꽤 자주 합니다. 그들에게 두 자녀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물론,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에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그들 부부가 이스트우드 하우스 가격이 100만불 정도였던 시절에라도 좋은 차를 사지 않고 내 집 마련에 나섰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쓸데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러고 나서 그들이 추구하는 삶을 시작했어도 늦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듀플렉스 한 채만도 250만불을 넘나드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들은 죽기 전에 내 집 마련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 오직 한번뿐인 인생,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을 우선시하며 소비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욜로족’은 201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는 한 달치 웨이지를 취미나 여가생활에 쏟아 붓기도 하고 집을 사는 대신 해외여행을 택하는 등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물론, 본인들이 알아서 자제도 하겠지만 욜로의 삶을 즐긴답시고 대책 없이 마구 쓰다가는 늘어나는 건 빚뿐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미래는 항상 불확실한 것이므로 현재의 상황만으로 미래를 예단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좋은 회사에서 연봉도 많이 받고 있지만 혹은 지금 운영하는 사업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주고 있지만 그 같은 풍요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욜로스러운(?) 생각은 자칫 ‘내 멋대로 살겠다’로 변질돼 속된 말로 ‘욜로가 아니라 골로 갈 수도’ 있는 겁니다. 소심하고 찌질한 저로서는 딩크족도, 욜로족도 안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그래왔듯 우리는 ‘분수에 맞는 소박한 삶’을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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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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