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잘 잡힐 때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습니다. 컵라면 한 젓가락, 김밥 한 개를 제대로 입에 못 넣을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쫓아다녀야 했을 때도 많았습니다. 비치에 꽂아놓은 낚싯대 네 개를 연어 네 마리가 동시에 물고 늘어져 요동을 치는 바람에 아내와 둘이서 쩔쩔맨 적도 있었습니다.
낚시를 시작한지 채 두 시간도 안돼서 1미터 50센티를 넘나드는 대형 갈치들을 열 마리도 넘게, 그것도 우리만 계속 잡아 올려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기도 했습니다. 낚싯대만 던졌다 하면 서른 마리가 훨씬 넘는 팔뚝만한 고등어를 담아오던 기분 좋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어부’에서 ‘반세기 낚시무사’로 일컬어지는 이덕화씨나 내로라 하는 낚시프로 박진철씨 등 전문낚시꾼들이 여섯 시간, 아니 열두 시간, 심지어 밤을 꼴딱 새면서까지도 입질 한번 못 받다가 허탈하게 낚싯대를 접는 모습 또한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물고기는 물이 들어올 때 따라 들어오기 때문에 그때가 낚시의 최적기이다’라든가 ‘물이 완전히 찼다가 빠져나가기 시작할 때가 물고기 잡기 딱 좋은 때이다’ 등 여러 가지 주장과 설이 난무하지만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물고기가 물어줄 때’가 가장 좋을 때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운칠기삼 (運七技三)… 사전에는 ‘운이 7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3할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낚시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말일 듯싶습니다. 요즘같이 물고기가 안 잡힐 때는 운칠기삼이 아닌 ‘운이 9할, 실력이 1할’이라는 말이 더 잘 들어맞을 정도입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은 바로 옆자리에서 나란히 낚싯대를 던져도 꼭 무는 사람 낚싯대만 물고 늘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대? 테레사네가 꽝을 다 치다니… 하긴 자기네가 워낙 잡아대서 그런 거일 수도 있어.” 갈 때마다 대여섯 마리씩은 담아오던 장어낚시에서 지난주에는 입질 한번 제대로 못 받았습니다.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겠지만 우리 자리와 바로 옆 선배지인 자리에서는 얼마 전부터 입질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긴 그 동안 두 집이 잡아 올린 장어가 100마리는 너끈히 될 테니 ‘다 잡아서 그렇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을 듯도 싶습니다.
‘한 번만 더 던지고 가야지’ 혹은 ‘30분만 더 하고 가야지’ 하면 최소 한 시간은 휙 지나갑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자정 넘어 새벽으로 가고 있고 ‘한 마리 잡을 때까지’라는 오기를(?) 부리면 밤을 꼴딱 샐 확률이 100퍼센트가 됩니다.
낚싯대를 던질 때도 ‘꼭 잡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면 묘하게도 낚싯줄이 꼬여서 끊어져버리거나 멀리 날아가기는커녕 이상한 모양새로 엉뚱한 곳에 툭 떨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기 때문인 겁니다.
아내와 저는 낚시를 하면서 정해놓은 철칙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욕심을 버리는 겁니다. ‘꼭 잡아야겠다’ 혹은 ‘많이 잡아야겠다’는 목표 대신에 ‘바람 쐬러 왔다’는 마음을 가지는 겁니다. 바다나 강을 마주하며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행복 가득’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련을 버리는 겁니다. ‘30분만 더’ 혹은 ‘한번만 더’의 생각을 과감히 끊고 잡든 못 잡든 정해진 시간이 되면 과감히(?) 낚싯대를 접는 겁니다. 그렇게 마무리를 해야 피곤하지도 않고 다음 날 활동에도 지장을 받지 않게 됩니다.
괴물 갑오징어를 찌질한 제가 뜰채를 제대로 대지 못해 낚싯대까지 부러뜨리며 놓친 이후 두 달 동안 아직 녀석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요즘… 그래도 우리는 파도가 좋은 날이면 일주일에 한번은 오징어 낚시를 갑니다. 2주 전, 그날도 욕심과 미련을 버리고 막 낚싯대를 접으려 하는데 갑자기 문어 한 마리가 낚싯대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낚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욕심과 미련을 내려놓을 때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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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