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은 절대로 미스 (miss)가 아니다!!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한 부흥을 이뤘던 한국교회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역사상 한국처럼 교회가 단기간에 성장한 나라가 없지만 반면 이처럼 빨리 가라앉는 경우도 없다. 이러한 형국의 중심에는 ‘싱글의 폭발적인 증가’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01_교회 부흥하려면 온전한 가정 들어와야 한다?
‘싱글’이란 말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비혼 상태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사역적 관점에서는 특별히 35세 이상의 비혼자 (not married)와 소위 돌싱 (single again)을 가리킨다.
선입견이 강한 한국 사회와 교회 고유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싱글들은 교회의 주요 구성원에서 주변인으로 전락하거나 아예 출석조차 포기한다. 2017년 한국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싱글세대가 30%에 육박하며 부모님이나 형제 혹은 친인척과 거주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40%를 상회한다.
하지만 교회는 싱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고 아무런 대책이나 심지어 관심조차 없다. 단지 교회가 부흥하려면 ‘온전한 가정’이 들어와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싱글들이 부딪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일단 한국 교회의 구조적 문제이다. 교회 내에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흡수할 영역이 없다. 청년부에 갈 수 없고 장년부에도 갈 수 없다. 규모가 있는 교회는 이들을 모아놓기는 하지만 아무런 프로그램이나 성경공부 또한 메시지조차 없다.
안타깝게도 한국어로 되어 있는 싱글 미니스트리 (Single Ministry) 관련 서적이나 논문은 거의 전무하다. 가끔 20대 싱글을 위한 연애 서적이나 교회에서의 싱글의 불편함을 지적하여 싱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교회에 대한 불만만 초래할뿐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한다.
02_싱글 미니스트리 잘 정착된 미국은 교회 중흥기
또한 인식적 문제이다. 유교사상과 한국 문화에 기초한 편견은 싱글들을 가장 어렵게 만든다. 싱글을 어딘가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을 종용한다. 상투를 틀지 않으면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라고 무시한다. 가정이 깨지면 루저라도 된 것인 양 호들갑을 떤다. 싱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싱글 모임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로 받으며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정서적 불안함을 겪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편견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시대에 싱글이란 타이틀은 어쩌면 현대판 주홍글씨일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반대인대도 말이다.
싱글 미니스트리가 가장 잘 정착되어 있고 이로 인해 교회의 중흥기를 맞는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1970년대 후반 존 트라볼타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동안 미국 교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혼율은 증가하고 경력을 중시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가정을 꾸리기보다 직장을 우선시하고, 결혼을 미루거나 마다하고 있었다.
늘어나는 싱글들을 교회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힘겨운 문제였다. 교회에는 미혼 성도 수가 줄고 있었다. 미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 새로운 시대를 방관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새로운 전문 사역을 탄생시켰다. 싱글 미니스트리이다. 싱글에게 다가가려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대다수 교회에서 싱글 사역은 주요 사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어떤 상황인가? 절망적이다. 기껏해야 싱글들을 주일 학교와 성가대에 몰아넣어 정착을 유도할 뿐이다. 빠져나가려 시도하면 사명과 축복을 운운하며 겁을 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싱글 미니스트리 전문가라는 강사는 싱글들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감동적인 멘트를 던진다.
03_싱글 때 행복하지 않으면 결혼해도 행복할 수 없다?
“싱글 때에 행복하지 않으면 결혼해도 행복할 수 없다.” 이 말을 들은 싱글들은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친다. 그러나 기혼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It’s nonsense! It’s ridiculous!” 이렇게 반응하며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싱글 시절을 거친 기혼자들은 결혼생활이 싱글생활에 비하여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은 싱글생활과 너무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은 싱글이 다른 싱글에게 조언하거나 싱글 교역자에게 싱글 그룹을 맡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계에 갇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싱글 미니스트리가 필요한가? 먼저 성경적이어야 한다. 싱글에 대한 성경의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 성경의 싱글들을 연구하여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인생을 살았는지 부각시켜야 한다. 성경에 언급된 예수님의 표현 (마 19:11)과 사도 바울의 표현 (고전 7:7)을 일컬어 독신의 은사라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치명적인 패착이 시작된다. 은사란 말의 개념에 대한 혼동 때문이다. 은사란 말은 ‘교회와 다른 사람을 섬기는 능력’이란 의미이다. 그렇다면 싱글의 은사란 말은 싱글 시절에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시간과 자유 그리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밍글거리는 데이트를 꿈꾸지도 않고 성적 충동도 없으며 결혼 생각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란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04_싱글로 살면 많은 것 놓친다는 선입견 만연
한국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느낌만 부추길 뿐이다. 싱글들에게 위로와 도전을 주며 개념 정립과 더불어 사명감을 갖도록 인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싱글 외의 모든 크리스천이 기존 관념을 내려놓고 싱글들에게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다가가며 사역의 자리를 내주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필요와 전제조건을 마음에 품고 10년 이상 싱글 미니스트리에 대하여 연구하며 집필과 강연 그리고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안정된 자리와 편안함 그리고 하나님이 맡겨주신 세 아이에 대한 그리움까지도 뒤로한 채 이 사역에 집중할 준비에 전념한 시간만 3년이 넘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해리엇 핫번 (Harriet Hartbyrne)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다가 87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내 묘비에 ‘미스 핫번 (Miss Hartbyrne)’이라고 새기지 마십시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것을 놓치지 (not miss) 않았습니다.”
싱글로 살면 가정이나 배우자 혹은 자녀들 같은 많은 것을 놓친다는 선입견이 만연해 있다. 심지어 싱글 당사자도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정의하며 단정 짓는다. 잃거나 누리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소망하며 소원한다. 싱글은 절대로 미스 (miss)가 아니다.
글 / 탁영철 (호주기독교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