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이제는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요.’ 연년생 친 세 자매로 구성된 3인조 여성그룹 쿨 시스터즈 (Cool Sisters)가 50년 전인 1974년에 발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왜 그랬을까’의 후렴부분입니다.
이 노래는 ‘도서관에 간다고 공원 길에서 살금살금 데이트만 하고 와서는… 시끄러운 찻집에 홀로 앉아서 메모지에 낙서만 하고 있다가…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행복에 찬 미래가 약속되는데 매일매일 놀면서 어찌하려나, 이래서는 안 되네 정말 안 되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하는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만든 ‘왜 그랬을까’는 당시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일은 매일매일 참 많이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몰라서 혹은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또는 알면서도 일부러 ‘안 되는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김호중… 그는 우리가 각별히 좋아하고 응원하는 가수입니다. 우리는 그를 미스터트롯 경연 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성악을 하다가 트롯으로 전향한(?) 그의 장르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성량은 가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손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어렵게 성장한 그의 또 다른 시간들이 밝게 펼쳐지고 있어 우리도 그와 함께 기뻐하며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왔습니다.
여타의 트롯가수들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성악의 영역을 넘나들며 유감 없는 실력발휘를 하던 그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듀엣무대를 연출할 때는 벅찬 감동이 몰려왔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를 보면서는 늘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음주운전에 뺑소니, 운전자 바꿔 치기 및 증거인멸 시도… TV를 비롯한 온갖 매체는 연일 그의 이름 석자로 도배가 됐고 그는 다시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의 깊숙한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그것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불러들이고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그의 소속사에서 처음부터 현명한 대처를 했더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작금의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매니저와 옷 바꿔 입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감추기 등 증거인멸 시도, 아이폰 비밀번호 제공거부, 몸값 비싼 전관출신 변호사 고용 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과 함께 괘씸죄로까지 이어져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그의 말투, 눈빛, 걸음걸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밉게만 보이고 있는 겁니다.
물론, 예기치 못한 사고로 크게 당황하고 겁이 나서 그러긴 했겠지만 뜻밖의 사고를 당한 택시운전기사에게 얼른 다가가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얼른 저와 함께 병원에 가시지요”라고 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얼마 전 검찰에 구속기소 된 그는 지금 재판결과에 따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들어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의 안타까움이 가득한 가운데 그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언젠가는 다시 대중 앞에 우뚝 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물론, 그보다 더 큰 죄를 짓고도 ‘내가 뭘?’ 또는 ‘니들이 어쩔 건데?’ 하는 뻔뻔하고 극악한 사람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이 참에 그들도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조리 지은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는데 그야말로 ‘택도 없는’ 기대일 것이기에 화도 나고 우울해집니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이제는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요’라는 노랫말이 실감나는 일들이 안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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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