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가 됐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러면 정권교체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주술에 씌인 듯 정권교체만 하면 다 될 거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렇지 않다는 거 말씀 드립니다. 대통령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모든 거 알 필요가 있느냐, 다른 사람 머리 빌리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건 40년, 50년 전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모든 분야가 복잡해져서 한 분야에도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됩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전문가를 뽑아서 그 사람 머리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거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또 엉터리 전문가 뽑아서 우리나라 망가뜨립니다. 그러니 이번에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말로 답답한 일은 후보가 자격이 없다는 걸 다 압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떨어뜨려야 된다, 그거 때문에 무능한 거 알면서도 그 사람을 뽑는다는 겁니다. 그게 패배주의 사고방식 아닙니까? 그 사람이 당선되면 그 다음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됩니까?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열 개도 넘어서 더 자를 손가락이 없습니다. 이번에 또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지난달 23일, 자신의 표현 대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들’ 앞에서 그가 열변을 토했던 명(?)연설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정치신념(?)을 하룻밤 새에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그 동안 “야권후보 단일화는 완전히 결렬됐으며 그 책임은 제1야당에 있다”고 누누이 주장해왔던 그는 ‘야밤 회동’을 통해 3일 새벽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깜짝 쇼’를 연출했습니다. 바로 전날 3차 대통령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던 그는 1차 토론회에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능력도 없고 자격도 없다던’ 그 후보와 이른바 원팀이 된 겁니다.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이룰 것이며 거대양당 제도를 깨고 다당제를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야권후보 단일화 완전결렬 주장과 함께 자신의 유세버스 사고로 고인이 된 지지자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완주하겠다던 약속도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행한 기습적인 야합으로 모두 물거품을 만들었습니다. 원래 정치판이라는 게 그런 곳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가 구국(?)의 결단을 내려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기는 했겠지만 이번으로 네 번째가 된 그의 ‘철수’는 많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로 군부독재를 청산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에 서로 대통령 하겠다며 피 터지게 싸운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이른바 3김씨 때문에 노태우에게 ‘죽 쒀서 개 좋은 노릇’을 했을 때 저는 한국 정치판에서 극심한 실망을 느꼈습니다. 1990년, 반독재투쟁에 앞장서왔던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군부독재에 뿌리를 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함께 ‘3당 야합’으로 민주자유당을 만들었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좌절을 겪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에 정치판에는 관심을 끄고 살 거라 다짐했지만 내 나라 내 조국이기에 한동안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본인과 함께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능력도 없고 자격도 없다던’ 그 사람이 유능하고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은 걸까요? 세간의 추측처럼 그 사람 당선 후 총리 자리를 보장 받은 걸까요? 당대표 자리나 총선 공천권 일부를 약속 받은 걸까요? 그도 아니면 항간에 떠도는 그에 대한 X파일 때문에 찍 소리도 못하고 굴복을 한 걸까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야기가 헛되이 들리지 않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습니다. “광을 파는데 비광을 판 거 아닌가 그런 느낌이 좀 있어요. 고스톱에서 그 자체로는 3점을 못 내거든요. 대선 후 합당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국회의원 세 명 있는 국민의당이 없어지는 거예요. 자기가 포함되면 윤석열 후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정권교체라는 주장인데 저는 당선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권력분점을 선택한 결정이라고 봐요. 그리고 저는 이 건으로 정치인 안철수는 이제 마감됐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은 끝나리라고 보는 거예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안철수 씨 같은 캐릭터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지는 않을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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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