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봄

새들이 쪼아 놓은 햇살이

이불에 달라붙고

계절빨래를 하는 아내의 손등에서 나는

삭은 커피 향

지난 밤 빗소리에 젖어 울던

노르웨이 메이플 나무가

붉은 얼굴로 풀어내는 오후

비누방울을 쫓는 어린 딸이 자꾸

넘어지는 풍경을

시린 눈으로 내려다 보는 하늘

핸드폰 앵글에 담아 띄우는 안부

잘 지내요?

갓 지은 문장 속에

봄꽃이 움튼다

 

 

박기현 (캥거루시동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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