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솔직히 700만 관객을 돌파할 만큼 멋진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가족들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와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어느 날,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전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이에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하지만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또 한번 전 국민을 흔들어놓는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서도철 (황정민)의 눈에 든, 정의감 넘치는 막내형사 박선우 (정해인)를 투입한다. 그리고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 (I, THE EXECUTIONER)’가 시드니에 들어왔길래 개봉 첫날인 지난주 목요일(3일) 저녁, 아내와 둘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대형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액션 신들과 웅장한 사운드… 영화관을 찾아야만 느낄 수 있는 재미이며 그곳에서 먹는 팝콘과 콜라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한달 전쯤에는 1979년 10.26에 가담했던 김재규의 심복 박흥주 대령과 그의 변론을 맡았던 태윤기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추창민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 (Land of Happiness)’를 봤습니다. 제 개인 생각으로는 흥행 면에서는 ‘베테랑 2’에 크게 못 미쳤지만 영화가 주는 의미는 훨씬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이럴 거면 재판은 왜 하는 겁니까?” 박태주 (이선균)의 구명을 위해 최악의 16일짜리 졸속 정치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의 열연이 강렬하게 다가왔고 강직하고 청렴한 군인, 실존인물 박흥주 대령 (극중 박태주 /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을 담담하게 연기해낸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시드니에 한국영화가 들어오면 빼놓지 않고 극장을 찾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영어로 쏼라대는(?) 좋은 영화들도 보고 싶지만 그 놈의 영어가 원수입니다. 솔직히, 호주에 들어오는 한국영화들도 몇 달, 짧게는 한두 달 정도만 기다리면 집에서 대형TV로 편안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영화관이 주는 매력들 때문에 우리는 영화관을 찾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는 우리교민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직접 다양한 한국영화를 들여왔고 그때마다 교민매체를 통해 광고와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본격상영에 앞서 한국처럼 언론시사회도 갖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인들이 아닌 돈 많은 중국인회사에서 한국영화를 들여오는 것 같습니다. 분명 많은 돈을 주고 영화를 수입해왔을 텐데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 걸 보면서 ‘이래가지고선 돈을 벌기는커녕 까먹는 거 아닐까?” 싶은 쓸데없는(?) 걱정도 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머나먼 호주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그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제가 한국영화 못지 않게 푹 빠져 지내는 게 한국드라마입니다. 2주 전에는 우연찮게 예쁜 드라마를 하나 발견하고는 주말을 이용해 단 하루 만에 열 편을 한꺼번에 몰아본 적이 있습니다. 8월 24일부터 9월 22일까지 쿠팡플레이와 채널A를 통해 방영된 ‘새벽 두 시의 신데렐라’입니다.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나만 바라보는 완벽한 연하 재벌남 서주원 (문상민)과 헤어지려는 극현실주의 능력녀 하윤서 (신현빈)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고 ‘새벽 두 시의 신데렐라’ 역시 재벌가 막내아들과 평범한 직장여성이 겪는, 심하게 차이 나는 사랑과 좌절 그리고 극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뻔하지만 극적인 결말 속에서 지나치게 요란 떨지 않고 예쁘고 상큼한 사랑 이야기를 잔잔히 그려내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흔한 말로, 저도 나이가 들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은 예쁜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는 것도 괜찮은 힐링 방법인 것 같아 예쁜 한국드라마 ‘새벽 두 시의 신데렐라’를 칭찬하면서 시간이 되는 분들께 이 드라마 몰아보기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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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