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고향 땅에 비가 내리면 유칼립튜스 발목이 젖는다

젖은 눈물을 발치에 두고 뿌리까지 차오르는 저녁

그러나 땅으로 내려온 검은 부리새에게는

아무도 저녁을 열어 주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벌어지는 틈을 채우려면

여분의 손이 더 필요하다

날개를 떼어 어둠 속에 하루의 수고를 말린다.

 

친구의 안부가 울린다

이제 호주는 좀 살 만해

그냥 뭐

너는 잘 사냐

대가리 굵은 뒤로 어디 살 만한 적이 있던

지구가 둥글어서 참 다행이야

겨울이 돌면 봄이 올 테니

 

지구는 얼마를 돌아 나를 제자리에 돌려 놓을까

선을 넘었다고 선 안에 들어 온 것은 아니다

봄 햇살로는 가슴을 데울 수 없어

더 날기 위해 검은 부리새는 날마다 착지를 연습한다

 

아는 슬픔은 헛헛하고

별은 밤에만 핀다

 

 

박기현 (캥거루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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