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2020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임영웅’이라는 인물이 떠오릅니다. 연초부터 트롯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1년 내내 여기저기에서 트롯 경연프로들이 범람하는 바람에 좀 심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임영웅은 그 열풍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됐습니다.

‘미스터트롯’에서 진(眞)을 차지하면서 보였던 그의 눈물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겁니다. 무슨 노래를 하든 크게 힘을 들이거나 악을(?) 쓰지 않고도 부드럽고 달콤하게 소화해내는 그는 분명 실력 있는 가수입니다. 훤칠한 키에 곱상한 외모도 인기에 한몫을 했고 그의 이름 ‘영웅’도 임영웅 전성시대에 작지 않은 디딤돌이 됐습니다.

긴 무명시절을 극복하고 어쩌면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그는 수많은 광고와 프로그램을 바쁘게 오가며 감히 상상도 못했고 엄두도 못 냈던 큰 돈들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그는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지금보다도 훨씬 바쁜 시간들을 보내며 더 큰 부를 축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후에도 각 방송사에서 유사한 트롯 경연프로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임영웅 못지 않은 실력 있는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임영웅은 첫 번째 경연프로그램 우승자라는 프리미엄을 유감없이 누리고 있습니다.

임영웅뿐만 아니라 그와 경쟁했던 김호중, 영탁, 장민호 심지어 결승에 오르지 못했던 다수의 트롯맨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요즘을 맞고 있습니다. 2021년 새해를 맞아 그들 트롯맨들이 어려웠던 지난 시절을 기억하며 더 많은 노력과 기회로 월드스타 방탄소년단 (BTS) 못지 않은 K-트롯 전성기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해봅니다.

“확실히 옛날 노래가 좋아. 요즘 노래는 무슨 소린지 정신도 엄청 사나운 데다가 금방금방 사라지고 잊혀지잖아….” 가끔 되뇌곤 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세대 차에서 오는 저만의 의견일 수도 있겠고 저 또한 트롯 열풍에 편승해 트롯도 즐겨 듣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젊은 시절을 함께 해줬던 7, 80년대 포크송들에 더 많은 애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송창식, 김세환, 함춘호, 이상벽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란히 출연해 ‘쎄시봉’ 시절의 노래와 이야기들을 들려줬습니다. 맏형 격인 송창식 씨가 올해 일흔네 살, 막내 김세환 씨가 일흔세 살입니다. 윤형주, 이장희 씨 등도 다 그 또래들입니다. 그런 ‘할아버지’들이 옛날과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주옥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신들린 기타 연주를 하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송창식 씨야 싱어송라이터로 대표되는 천생가객 (天生歌客)이었고 눈웃음이 예쁜 귀요미(?) 김세환 씨는 솜사탕 같은 목소리로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입니다. 그는 15년 전 시드니 공연에서 만났을 때보다 눈가의 주름만 몇 가닥 더 늘었을 뿐 여전히 미소년의 귀여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름만 떠올려도 기분 좋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FC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손흥민 선수입니다.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되는 그는 얼마 전 국제축구연맹 (FIFA)이 매년 전세계 축구경기에서 나온 골 중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 는 푸스카스상을 받았습니다. 2021년 새해에도 거침없는 손흥민의 질주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상이 어수선하고 날씨까지 계절의 본분을 잊은 채 미쳐(?)돌아갔던 지난 한 해… 이제부터는 코로나19 백신도 등장했고 서서히 진정국면으로 들어설 차례입니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함께 온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이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기회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임영웅에게 다가왔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황금 같은 기회에 송창식, 김세환의 노련함을 더해서 손흥민 같은 황금기를 일궈나가야겠습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 광고주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2021년 새해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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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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