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면
부드러운 파도처럼 발치를 간지르는 정적
바람처럼 빗방울처럼 스며드는
고독이 휘청거린다
떨리는 손끝으로
살며시 문고리를 그러잡으면
알 수 없는 울림으로 다가와
마음 한 갈피에 번지는 낯선 물결
시간을 건너 달려온 바람소리에
빗장 닫은 마음이 거세게 흔들린다
달의 온도만큼이나 시린 어둠이
온 몸을 감쌀 때
너는 새벽 여명으로 다가와
불안이 넘실거리는 바다에서 나를 건져내
작은 새의 펄떡이는 심장 같은 체온으로
나를 물들인다
황금을 갈아 넣은 새벽이
달빛을 튕겨내면
겨울 향기 물씬 나는 이 밤에
봄을 들고 서있는, 너
어느새 나는 이슬 품고 흔들리는
한 송이 꽃이 된다
글 / 미셸 유 (글벗세움 회원·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