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지새우며
눈물 새긴 조각상에
어디로 어찌 가냐고
묻고 또 물었지만
속 시원히 뻥 뚫리는
정답 없는 인생길을
그렇게나 정신 없이
걷고 또 뛰다 보니
얻은 거는 많아졌고
주린 배는 채웠지만
혼돈 세상 공허한 마음
끝도 없는 다툼 논쟁
난무하는 주장 변명
철학 종교의 말 잔친가
인문학의 너스렌가
거짓에 짓밟히는 진리
만연한 불의 선동
맛에 혈안 된 양념들의
세찬 끈질긴 바람몰이
세속의 무심 변절 앞에
오! 자연만이 참 내 친구
보는 만큼 알았고
아는 만큼 얻었고
듣는 만큼 깨였고
걷는 만큼 느꼈으나
눈 녹듯 사라지는
덧없는 세월
어린 게 크고 자라
어른 되나 싶더니만
감당 못 할 흰머리에
검은 색칠 바쁜 손길이여!
글 / 한상무 (글무늬문학사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