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바람도 절망도 흔들리며 온다
나무 한 그루 오름 한 자락 없는 먼지 속
부서진 마음 쉬어 가라고
오색 금기어들이 저리 펄럭이는 거다
검은 바람이 스스로 비껴가는 것과
검은 바람이 흰 바람으로 바뀌는 것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
내세의 소망을 묻은 돌무더기를 더듬다가
푸른 깃털이 더 간절한 쪽으로 날아가는 환상을 본다
저기 저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운수를 훔쳐도 될까요
동전 세 개를 쥐고서야,
길들인 독수리를 내주는 몽골 소녀가
바람이 낳은 주술사처럼 보이는데
발목 묶인 새를
새라고 불러도 될까
줄이 허락한 만큼만 날아가라고
소녀는 끝내 운을 풀어주지 않는다
날개가 가장 위험한 기도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푸른 하닥**이 나부끼는 방향으로
피 흘리며 흘러가는
발목
발목들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날개 때문에
나는 여기에 내 기도를 묶어 두려는 것이다
*몽골 초원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돌무더기로,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신이나 사람에게 정성을 표시할 때 쓰는 가늘고 긴 비단 천
유금란 (문학동인캥거루 회원·문학과시드니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