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아이

민들레 하나가 사람들 틈 사이로 숨어들었다.

 

구겨 넣은 몸이 바람결에 터지려 해요. 조금씩 비명이 빠져 나오는 날이면 넥타이를 뒤로 꺾어 비어있는 구두에 입맞출게요. 새파랗게 부서지고 싶어요. 벚꽃잎처럼. 바람 위에 올라 춤을 추다 하얀 발목이 잘려도.

 

혀끝으로 친구의 거울을 깨뜨려줄게요. 유리 조각을 삼켜도 더 이상 아프지 않거든요.

 

이것 좀 보세요. 놀이터에 흩어진 발자국을 후후 불어 성을 쌓을 수도 있어요.

 

아, 숨 하나는 바지 뒷주머니에 항상 넣어놓고 다녀요.

 

향내음을 집어삼킨 홀씨에게서 콧노래가 들리네요. 별사탕 같은 그림자를 신나게 띄울게요. 시간이 꿈틀거리니 구석구석 밟으며 따라오시고.

 

자, 이제 머리채를 찾아 뽑아보세요. 그어놓은 선은 넘지 말고요.

 

 

글 / 정예지 (시드니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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