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부서져오는 파도를 뛰어넘으며 연신 깔깔대는 두 녀석의 모습은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행복한 그림이었습니다. 녀석들과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 딸아이 부부의 모습도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신기하게도 모래성 아래에서 살아있는 조개 예닐곱 마리까지 나와 기쁨과 즐거움을 더해줬습니다. 낚시광(?) 할매와 할배도 비치에 낚싯대를 꽂아놓고 짜릿한 입질을 기다리면서 간간이 녀석들의 모래성 쌓기 놀이에 동참했습니다.
다음 날, 집 앞 갯벌에서 고둥도 잡고 꼬마 게들의 향연에 환호하는 두 녀석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드넓은 바다를 맘껏 호흡하는 에밀리의 뒷모습과 하늘색 대형 해파리를 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에이든의 모습은 그날의 포토제닉상 감이었습니다.
앙증맞은 선글라스를 끼고 와프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에이든은 연신 “어어! 느낌이 와!”를 외치며 좋아했고 곁에 있던 에밀리도 물고기들의 톡톡 거리는 입질을 느끼며 마냥 신기해했습니다. 연말연시 휴가기간 동안 우리 일곱 식구는 레몬트리 패시지 (Lemon Tree Passage)에서 꿈 같은 3박 4일을 지내고 왔습니다. 에밀리의 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여행으로 준비한 이번 프로젝트는 실로 오랜만에 마련된 가족여행이었습니다.
에이든의 첫돌을 전후해 베리 (Berry)와 이든 (Eden)에서 두 차례의 가족여행을 가지긴 했지만 녀석이 워낙 어렸을 때였으니 기억을 못할 겁니다. 에밀리가 태어난 이후로는 우리 가족의 게으름과 무성의가 더해져 단 한번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두 녀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게 원래 떠나는 것 자체에서부터 행복이 시작되는 거지만 녀석들과 며칠을 함께 먹고 자며 이곳 저곳을 다닌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고맙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컸는지 두 녀석 모두 테리갈 (Terrigal)의 그 높고 가파른 언덕을 아주 가뿐히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도 고맙고 행복했던 건 ‘에이든과의 동침’이었습니다. 에밀리는 아직까지 지 엄마 껌딱지라서 안 그랬지만 에이든은 여행기간 내내 할매와 할배 사이에 누워서 자는 걸 좋아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놀다가도 녀석은 어느새 우리 침대에 올라가 먼저 자리를 잡고 누워 그 특유의 살인미소를 짓고 있곤 했습니다.
딸아이 부부는 할머니 할아버지 불편하다고 녀석을 아래층으로 데리고 내려가려 했지만 녀석은 끝까지 자기(?)자리를 지켰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녀석과 함께 자는 시간이 말로는 다할 수 없는 행복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욕심 같아서는 녀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싶습니다. 이번처럼 에어비앤비를 통해 2층짜리 저택(?)을 얻기도 하고 가끔씩은 캐러밴 파크나 텐트에서 며칠을 지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드물게는 두 녀석만 우리 차에 태우고 할매 할배와의 여행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딸아이 부부의 동의가 따라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4월에 또 한 차례의 가족여행 일정을 잡아놨습니다. 아이들의 방학기간인 데다가 에이든 생일 그리고 아내와 저의 결혼기념일까지 한꺼번에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이번에는 남쪽으로 내려가 서섹스 인렛 (Sussex Inlet) 에어비앤비 하우스에서 3박 4일을 함께 하게 됩니다.
야생 앵무새들이 손바닥이며 어깨며 머리 위에 올라앉는 신기함과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캥거루들의 몽글몽글한 입술 촉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번에 받지 못했던 어복도 터져서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많이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되는 물고기들의 입질에 신기해 하던 훈이와 봄이도 이번에는 물고기를 잡고 할매와 할배도 커다란 물고기들을 낚아 올려 녀석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연히 이번 여행에서도 ‘에이든과의 동침’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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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