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가 잘못 알고 사용하는 표현 중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남녀상열지사를 연상하게 되는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다소 야한(?) 이 말의 정확한 표기는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는다’입니다.
중국 진시황 때, 결혼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남편이 만리장성 부역에 징용을 당하고 아내 홀로 외딴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길을 가던 나그네가 하도 사정을 해 하룻밤을 묵어가도록 허락했는데 그녀가 혼자인 걸 알고 덤벼드는 사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함께 떠날 것을 강요하는 사내에게 그녀는 “새로 지은 남편의 옷을 한 벌 싸드릴 테니 날이 밝는 대로 제 남편을 찾아가 갈아입도록 전해주시고 증표로 글 한 장만 받아 오십시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만리장성 부역장에 도착한 사내는 면회를 신청했고 감독관은 “옷을 갈아 입는 동안 다른 사람이 대신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그가 옷을 갈아 입을 동안 잠시 교대를 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을 만난 사내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편지 한 장 써서 돌아오시오”라고 한 뒤 작업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남편이 옷을 갈아 입으려고 보자기를 펼치자 옷 속에서 편지가 떨어졌습니다. “당신의 아내 해옥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이런 연유로 외간남자와 하룻밤 같이 자게 된 것을 두고 평생 허물로 삼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시면 이 옷을 갈아 입는 즉시 집으로 돌아오시고 혹시라도 그럴 마음이 없거나 허물을 탓하려거든 그 남자와 교대해 공사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십시오.”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 그 길로 아내에게 달려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이후 만리장성 공사현장에서 언젠가부터 실성한 사람 하나가 혼자 뭐라 중얼거리면서 큰 돌들을 옮기곤 했답니다. 옆에서 들어본 사람들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고 합니다.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는구나.”
우리가 흔히 쓰는 ‘알아야 면장을 하지’도 이와 비슷한 오류를 담고 있습니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는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의 ‘면장’이라는 표현을 동장, 읍장, 시장 등 행정기관장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관련 이야기를 공유해봅니다.
실제로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행정기관의 면장 (面長)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며 공자와 그의 아들 백어와의 대화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공자가 백어에게 이르기를 “너는 주남 (周南)과 소남 (召南)을 배웠느냐? 사람이 돼서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바로 담장 (牆)을 정면 (正面)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주남과 소남은 시경 (詩經)의 편 명인데 모두가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는데 유익한 일상생활의 기본지침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공자는 아들에게 ‘주남과 소남을 모르는 것은 마치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서 지극히 가까운 곳에 나가지도 못하고 한 물건도 보이는 것이 없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한 것입니다.
벽을 향해 서있는 암흑의 세계를 형용하는 말이 바로 장면 (牆面)이고 이런 꼴을 면 (免)한다는 말이 ‘면장 (免牆)’입니다. ‘무엇인가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답답함을 면할 수 있다’는 공자의 말씀에 유추해 ‘알아야 면장을 하지’란 속담이 나온 것입니다. 아주 단순한, 너무나 기본적인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그것의 참뜻을 알지 못하고 이야기할 때면 오해와 착오를 범할 수도 있다는 데서 경고와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을 쓰면서도 그 뜻의 진의를 모르고 있기에 면장 (免牆)을 동장, 읍장, 시장 등과 같은 부류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는다’의 잘못된 표현인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와 함께 ‘알아야 면장을 하지’ 또한 우리가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된 표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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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