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레 도와주는 선생님들, 한국어가 점차 늘어가는 우리 애들이 아른거려…

저는 만 여덟 살 딸아이와 여섯 살 된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지요. 부모님 밑에서, 그리고 한국학교를 다니며 한국어를 써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배웠고 한국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5 학년에 전학했을 때 별 문제없이 적응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한국을 떠나 호주에 왔을 땐 영어가 서툴러서 고생했지요.

 

01_ 한국어로 얘기하는 시간도 만들어주고 한국 TV도 시청했으나

왜 여기 와서 생고생을 해야 하는지…. 이민을 결정하신 부모님 원망도 했고 좀 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걸 하는 자책도, 어떤 때는 여기서 태어났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안 되는 영어이긴 해도 학교도 가고 숙제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하다 보니 서서히 늘어가데요. 시험기간엔 문법이랑 영어단어와 문장들을 외우느라 고생도 했습니다.

근데, 고등학교랑 대학시절 영어만 주로 쓰다 보니 알고 있던 한국어가 가물가물…. 한국 방문 때나 호주 직장에서 한국 분들과 대화할 때 말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입에서 나오질 않아 참 답답하더라고요. 또한 저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직장에서 서양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됐지요. 후에 애들을 낳고 나서 우리 애들은 영어도 한국어도 잘해서 호주에서나 한국에서나 언어소통에 문제없이 두 나라를 체험했음 좋겠다고 남편이랑 얘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얘기하는 시간도 만들어주고 한국 TV 를 시청하기도 했으나 남편이 한국인이 아니기에 영어를 하다 보니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죠. 그나마 애들한테 한글을 가르치시던 친정엄마께서 무릎 수술을 받으시고 디스크로 편찮으신 후론 더 뜸해졌지요.

 

02_한국학교에서 하는 여러 행사 덕에 한국문화도 재밌게 체험하고

그러던 중 하루는 한국식품점에서 한글학교 학생모집 광고를 보고 남편과 상의를 했고, 어릴 때 한국어를 배워야지 자연스럽게 배우지 애들이 크면 기회가 없을 확률이 크다는데 의견을 모아 한글학교에 등록을 했습니다. 근데, 아들이 친구가 없다며 학교 가길 거부하고 그러다 보니 딸아이도 꾀를 부리더군요.

결국 호주한국학교로 바꾸게 됐습니다. 아들이 가장 기초반인 나비반에서 그다음 반인 토끼반으로 올라갈 때쯤 이제 좀 괜찮겠지 했더니 담임선생님 말씀이, 아들이 공부는 하지만 한국말을 잘 이해 못해 주의가 산만하다며 같이 수업에 참여할 것을 권하셨죠. 애를 위해 본의 아니게 수업에 참여하게 됐고 선생님을 보조하게 됐네요.

아이와 함께한 덕분에 아들이 그다음 반에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올라간 새 반에서도 처음엔 아들이 적응을 못해 교실 책상 밑에 숨어 울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했죠. 이를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담임선생님이 다독거려 주시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주셔서 또 재밌게 수업을 진행하셔서 아이가 차츰차츰 나아졌고 이제는 제법 친구들도 생겨 즐겁게 한국학교에 다닙니다.

또한, 애들도 저도 학교에서 하는 여러 행사 덕에 한국문화도 재밌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독서마라톤대회를 통해 한국동화도 많이 알게 되었고 동요는 물론 아리랑은 애들이 혼자서도 잘 부릅니다. 아이들이 한국에 가서는 한옥집에 머물면서 학교에서 배운 고리 던지기도 하고 영상으로 본 활도 쏴 보고 한복도 입고 재밌게 지냈습니다. 애들이 영상 속에 나온 민속촌에는 재밌는 것들도 많고, 먹고 체험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해서 다음엔 온 가족이 민속촌에 가보려 합니다.

 

03_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고 남편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 했지만

딸애는 3 학년이 되면서 토요일 아침에 스포츠를 해야 했기에 한국학교랑 겹치게 되고 말았지요. 남편이 토요일에 일을 해서 어떤 날은 스포츠를 끝내고 두 아이 모두 늦게 등교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딸은 1 교시만 끝내고 운동하러 갔다가 허겁지겁 아들을 픽업하러 오기도 하는 등 힘이 부쳤습니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남편도 애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한결같이 수업에 빠진 부분을 정성스레 도와주시는 담임선생님들의 모습과 그로 인해 한국어가 점차 늘어가는 씩씩한 우리 애들이 아른거려, 무엇보다도 제가 잃을 뻔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어서 오늘도 힘써 봅니다.

서투른 한국어로 애들이 인사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특히 저희 부모님이 기특해 하시고 예측불허의 한국어 표현에 깔깔거리며 웃을 때마다 저희 애들이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져요.

선생님들을 보조하면서 불어나는 한국학교 아이들을 보고,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윗반으로 올라오고 올라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 함께 1 년 동안 준비해서 한국을 단체 방문해 민속촌, 롯데월드, 에버랜드 등을 가보는 한국체험 학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 / 애킨스 미자 (호주한국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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