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가시고기 수컷은 물고기 중 유일하게 둥지를 만드는 물고기다. 수초까지 덮어 완벽한 산란의 보금자리를 꾸민다. 가시고기 수컷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보다 훨씬 몸집이 큰 물고기들과 처절한 싸움도 불사한다.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가시고기 수컷은 보통 15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알을 보호한다. 그리고 알이 부화할 무렵, 둥지 옆에서 죽는다. 영문도 모르는 치어들은 무심하게도 제 아비의 살을 뜯어먹으며 성장한다. 가시고기는 치어를 위해 생명을 바치고 최후에는 몸까지 내어놓는다. 그 부성애로 인해 가시고기의 부화율은 90%를 웃돈다.”

히말라야산맥 깊숙이 숨겨진 인도 서북쪽 해발 3800m 잔스카 지역에 차 (Cha) 마을이 있다. 이 곳은 겨울이 되면 많은 눈이 내리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모든 길은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길은 높은 봉우리 사이로 길게 뻗은 얼어붙은 강뿐이다.

자급자족하며 전통방식으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생계를 꾸리는데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섯 살 정도가 되면 부모를 도와 일을 시작한다. 가축을 돌보고 집안일을 거들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곳에도 문명의 손길이 닿으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부모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짧은 여름이 끝나고 차 마을에 겨울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내년 봄에 아이를 도시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얼어붙은 잔스카강 위를 넘어가야 한다.

이 길을 차다 (Chaddar)라고 한다. ‘얼음 길’이란 뜻이다. 아버지는 아이의 학용품과 일상생활용품을 꾸려 짊어지고 아이를 이끌며 위험한 얼음 길과 사투를 벌리면서 학교를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얼음 길에 미끄러지고 차가운 물속에 빠져 동상에 걸리고 강가 바위 틈새에서 노숙을 하는 험난한 길을 열흘 넘게 걸어 마침내 학교가 있는 도시에 도착한다. 도시에 아이를 남겨두고 아버지는 춥고 위험한 얼음 길을 더듬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버지는 기숙사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린다. “학교에 가야지. 나처럼 살지 않으려면.”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은 2025년에 노인 인구비율 25%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 5명중 1명은 65세이상 고령층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00년에 7%로, 2014년엔 14%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기준 40.4%다. 노인 자살률은 2021년기준 10만명당 42.2명으로 OECD회원국중 1위다. OECD 평균빈곤율 14.2%, 자살률 16.5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독거노인 관련통계는 더 비관적이다. 2023년 가구주 나이가 65세 이상은 565만 5000가구인데 이중 213만 8000가구 (37.8%)가 1인가구, 쉽게 말하면 독거노인이다. 독거노인 중 55.8%는 노후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준비하고 있지 않다.

인간은 늙는다.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80세가 넘어서도 일해야 하는 삶이 현실이 되고 있다. 노인관련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경고음이 사회 곳곳에 울리고 있다.

해 저문 아버지는 갈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다. 고독한 아버지들은 약속도 없이 탑골공원으로 모여든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탄을 나눈다.

아버지는 아들 딸 뒷바라지에 청춘을 보냈고 사랑하는 아내를 지병으로 잃었다. 하던 사업이 기울자 폐업을 하고 쪽방촌 단칸방에서 혼자 산다. 아버지는 외로움에 지쳐 말을 잃었다.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매일 드나드는 무료급식소를 향해 터벅터벅 발걸음을 내딛는다. 대한민국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앞에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밀물과 썰물처럼 매일 모였다가 흩어지는 풍경이다.

치어를 살리기 위해 생명까지 바치며 살까지 내어놓은 아버지. 얼음 길에 미끄러지고 차가운 물속에 빠져 발가락이 부서지는 동상에 걸리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냈던 아버지. 아버지는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힘들어졌다.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시다.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 옳은 것은 옳다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하며 / 남자보다 강한 것은 아버지라 했던가 /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 살이더라.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하다 /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살아가는 일이 버겁고 무엇 하나 만만치 않다 / 그래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 할 뿐이다. – 이채

아버지는 힘들다. 아버지는 떳떳하게 정의롭게 살고 싶다. 아버지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버지는 추레하다. 아버지는 나약하다. 아버지는 자존심을 버렸다. 아버지는 휘청거려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틴다. 그래서 그래서, 술을 마신다.

아버지는 술을 마셔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다고, 아버지의 눈물은 술잔 속에 있다고,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라고 했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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