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할매’라는 애칭으로 사랑 받고 있는, 올해 예순 살이 된 리더 김태원은 사실인지 아니면 컨셉인지 모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골골대는’ 모습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도 비실대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허약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그가 기타와 한 몸이 돼서 뿜어내는 모습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멋짐과 카리스마가 넘쳐났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팀을 배신하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보컬리스트 박완규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뛰어난 입담은 관중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드럼 채제민, 베이스 최우제 그리고 두 명의 객원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터질듯한 현장 사운드는 공연장을 내내 뜨겁게 달궈놨습니다.
공연초반, 잔잔하게 이어지던 분위기는 ‘사랑할수록’을 시작으로 급 상승세를 타더니 희야, 네버엔딩스토리 등 그들의 히트곡들과 함께 관중들을 한 마음 한 뜻으로 엮었습니다. 김태원의 단독 기타연주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그리고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과 ‘사랑하기 때문에’ 열창은 또 다른 선물로 다가왔고, 그날 공연은 김태원이 작사 작곡한 ‘마지막 콘서트’ (원제 회상III)를 앵콜 송으로 뜨겁게 마무리 됐습니다.
평소 시끄럽고 정신 없는(?) 음악보다는 조용하고 잔잔한 노래를 좋아하는 저였지만 그날만큼은 두 시간이 넘는 동안 터질듯한 현장 사운드와 폭발적인 열기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시티 리사이틀 홀에서 펼쳐진 ‘부활 데뷔40주년 시드니콘서트’ 덕분이었습니다. 그들의 열정도 대단했지만 객석의 관중들이 떼창을 하며 뿜어내는 열기 또한 엄청났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야 그런 기회들이 주어져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이곳 호주에 살면서는 어쩐 일인지 한국과 관련된 크고 작은 공연들에는 빼놓지 않고 가게 됩니다. 요 며칠, 주변 선배지인들의 건강관련 소식에 착잡하고 우울했던 기분이 일순간 뻥 뚫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부활 멤버들의 시드니 예찬 또한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줬습니다. 박완규 씨는 “시드니는 시간이 멈춰있는 도시인 것 같다. 아름다움이라는 시간에…”라고 극찬을 했고 “평소 걷기를, 움직이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태원 형이 공기 좋고 아름다운 시드니에 반해 오페라하우스까지 걸어가는 기적을 이뤄냈다”고도 했습니다. 당사자 김태원 씨도 “전에 LA 공연을 갔을 때 그랜드캐년 구경을 가라고 헬기까지 공짜로 내줬지만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거절했는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나도 모르게 나를 그곳까지 이끌어줬다”고 고백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늦은 시간… 시드니 시티의 주말 밤거리는 낭만과 여유로움이 가득했습니다. 공연장 부근에는 칵테일 바와 와인 바들이 넘쳐났는데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 옆에서 여유로운 칵테일 혹은 와인이나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여유롭고 부러워 보였습니다. 때마침 천천히 지나가는 트램이 시드니 야경의 아름다움에 한 획을 더해줬습니다. 그날 밤, 온갖 에너지를 쏟아내며 우리와 함께 했던 부활 멤버들도 어쩌면 공연이 끝난 후 저렇게 멋진 곳에서 뒤풀이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트레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야경들이 새삼 ‘그래. 우리, 지금 시드니에 살고 있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줬습니다. 달빛을 받으며 여유롭게 흐르고 있는 파라마타 리버의 모습도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았던 덕에 오랜만에 편안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스트우드를 못 벗어나는 게 문제예요”라는 후배지인의 이야기가 새삼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시티에 나와 ‘호주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싶습니다. 맨날 다람쥐 쳇바퀴 돌기 혹은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삶을 반복하다 보니 정작 시드니 시티가 서울만큼이나 멀리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듯한 곳에 놓인 시드니의 명소들을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찾는다는 게 어찌 보면 좀 억울하기도 합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웨스트라이드에서 해결했던 저녁식사를 시티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즐겼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후회도 해봤습니다. 스치듯 주고 받은 ‘시티 계(?)라도 만들어서 가끔씩이라도 시티에서 밥도 먹고 낭만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농담으로 끝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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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