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없이 접어든 길
눈 덮인 노학동 화장터였다
곳곳에 터진 눈꽃을 감탄하며
조금은 검게 보이고 싶은 까치 비슷한 것도 먹구름도 없는
하늘 아래에서
슬픔이 전부인 눈물방울이
순진무구한 방향으로 눈부시게 떨어졌다
언제부턴가 몸 져 누운 엄마가 내 시의 소재로 불쑥 들어왔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때론 까맣게 핀 꽃으로
핀다고 다 꽃이 될까만
대책 없이 알록달록 보이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난들 목숨 한 끝자락인 줄 알았을까
시가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는 엄마를
한 사람 겨우 서 있을 공간 마련해 놓고
드라이플라워처럼 매달아 놓고
좀 죽어줘 엄마
할 수 있지
받아들여 엄마
영원히 살게 해 줄 게
살리는 건 오롯이 나의 몫
확신의 눈알을 따라 눈이 푹푹 내렸다
또 시작
시작이라면 분명 책임지겠다고 시작한 일
한 줌 재라도 눈에 보여야 안심이 되는
나는 시인 면허증을 받았고
시드니 날씨는 숨막히고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야?
시의 한 줄이 부고처럼
김인옥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2017년 ‘문학나무’ 등단·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