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보푸라기만 뜯으며 누워있다
Nepean Hospital 재활 병동
하얀 양파로 누워있는 당신
침대 시트엔 떨어져 깨어진
침묵 쌓여 있다
곡기를 끊는다고 의사가 죽게
내버려둘 것 같아
창밖에 바람이 불고
유칼립투스 나무가 몸부림치며 흔들렸다
막힌 골목에 다다르면
누구든 엄마 품에 안기고 싶은 아이가 돼
휠체어 사진을 보여주는 금발 여의사
빨간색 바퀴가 좋겠다며 병든 사과처럼 웃는다
대못 같은 비가 일상이었던 자작나무 당신
더 큰 세상으로 가자
새끼를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온
늘 가족의 맨 앞에서 투사였던 당신
다시는 두 발로 걸을 수 없습니다
의사의 낭떠러지기 판결문을 들으면서도
당신은 보푸라기만 뜯으며 누워있다
잠시 보푸라기 뜯던 손 멈춘 당신
말끔하게 세수한 아이처럼 창 밖을 본다
엄마가 제일 먼저 달려올 거야
엄마가 제일 먼저 달려올 거야
투사인 당신에게도 엄마가 있었나 봅니다
글 / 유영재 (시드니동그라미문학회 회원·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