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뉴카슬까지, 총연장 250킬로미터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 ‘더 그레이트 노스 웍 (The Great North Walk)’의 한 섹션인 버로라 (Berowra)에서 버로라 워터즈 (Berowra Waters)까지가 우리 시드니산사랑의 주된 체력단련 코스였습니다.
왕복 11.5킬로미터쯤 되는 그 코스는 업 다운도 제법 들어있고 난이도 또한 만만치 않아 완주를 하고 나면 땀도 제법 흐르고 운동한 느낌도 제대로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특히 막판에 만나는 10여분간의 ‘깔딱고개’는 급경사로 이뤄져 늘 우리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시드니산사랑 멤버들은 매주 토요일 그곳을 걸으며 우리의 체력을 다졌습니다. 힘들게 땀을 흘리고는 페리를 타고 버로라 크릭 (Berowra Creek)을 건너 간식을 나누거나 가끔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향 짙은 커피 한잔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한 시간 정도 빠른 2시간 30분만에 그 코스를 주파하곤 했는데 ‘이 코스만 제대로 완주하면 어디든 못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처럼 실제로 우리는 호주는 물론, 세계 어디를 가든 걷는 데에는 전혀 문제를 못 느꼈습니다. 그랬던 우리가, 3년 반쯤 전부터 레인코브 내셔날파크로 슬그머니 본거지(?)를 옮겼습니다. 무릎이 안 좋아서, 골반이 아파서, 발바닥 혹은 발가락에 통증이 생겨서 그곳을 걷기에는 크고 작은 무리가 따르는 멤버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코스는 옛날의 그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날다람쥐(?)처럼 빠른 걸음으로 선두그룹을 형성하던 선배지인들의 걷는 속도가 왠지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80대 초반, 70대 중반의 그 선배지인들은 그야말로 청년들 못지 않은 강철체력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나이는 못 속인다’ 혹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떠오르며 ‘나는 과연 저분들 나이가 되면 저만치라도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 달에 한번씩은 우리의 홈(?)그라운드를 벗어나 원정산행을 갖는 우리 시드니산사랑은 5월에는 나라빈 라군 (Narrabeen Lagoon)을 걸었습니다. 드넓은 석호를 품에 안고 8.6킬로미터의 거리를 그야말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입니다. 주말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조깅 혹은 산책을 즐기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포함한 가족단위의 피크닉 객들도 많았습니다. 우리도 트레킹을 마친 후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을소풍 온 초등학생들처럼 도시락을 까먹으며 한동안 평온한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들었습니다.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지난번에 못 가본 배런조이 등대 (Barrenjoey Lighthouse)에 가볼까?” 순간 의기투합한 아내와 저는 그 길로 차를 몰고 팜비치로 내달았습니다. 바다는 언제 봐도 좋습니다. 검푸른 바다 끝 하얗게 물거품을 이뤄내는 팜비치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아내와 저는 등대를 향해 배런조이 헤드랜드 (Barrenjoey Headland)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편도 1킬로미터,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안내돼 있는 등대 길은 난이도가 낮은 것과 다소 높은 것까지 두 가지 코스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평탄한 코스를 택해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포장 길도 우리에게 만만치 않은 체력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땀도 좀 흘리고 살짝 헉헉대며 오른 정상에서 우리는 1881년에 만들어진 배런조이 등대를 반갑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건너편으로는 얼마 전 우리가 찾았던 웨스트 헤드 룩아웃 (West Head Lookout)이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배런조이 등대에서360도 파노라마 뷰로 조망하는 정경은 그야말로 환상이었지만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는 고래는 그날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2만 3000보를 걸으며 하루를 꽉 채우고 어둑어둑해져서야 집에 돌아온 그날, 아내와 저는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더 많이 걷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가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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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