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니 손잡고 외가에 가는 길인디,
엄니는 언니와 내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어
살구꽃이 겁나게 피어있었어
황 선생에게서 진한 황토 냄새가 났다
식탁 주위에서 흙먼지가 솔솔 일어났다
빈 찻잔만 들었다 놨다
반시간이 넘도록,
똑같은 말만 네 번째 리플레이중이다
찬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고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다 나무 탁자 모서리만 문질렀다
자잘하게 조각 난 선생의 기억만큼
나의 시간도 언젠가는 흔들리다 넘어질 텐데
대문턱에 걸터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선생님,
여섯 살 먹은 나의 작은 선생님,
살구꽃 피어있는 그 고개,
엄마 손 붙들고 오늘도 외가에 가는 길
차를 잘 마셨다며 일어서는데 빗방울이 더 굵어졌다
겅중겅중 젖은 마당을 질러 차에 올랐다
야야~ 여여~
손을 흔드는 선생님은 점점 작아지고
와이퍼가 고갯길을 쓱쓱 지워 버려도
선생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무너진 입가, 흐릿한 눈빛 위로
젊고 고운 살구꽃이 영영 지지 않기를,
바다 건너 이곳에도 살구꽃이 피었다
윤희경 (문학동인캥거루 회원·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제10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수상·제9회 동주해외작가상 수상·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빨간 일기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