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무의식으로, 잠재의식으로 눌러놨던 원망과 분노들 활화산처럼…
많은 부모님들이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를 자주 상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부모님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얼마나 있으면 사춘기가 지나갈까요?”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늘 같은 대답을 드립니다. “ 글쎄요.”
01_사춘기 아이들, 뇌 전체 지휘하는 전두엽 덜 발달된 상태
사춘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뇌 과학적인 측면 입니다. 흔히들 사춘기를 ‘중2병’ 혹은 오래된 표현으로 ‘질풍노도의 시기’ 등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어떤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리 아이들이 조금 이상해지는(?) 시기라고 단정짓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 인간의 뇌는 크게 뇌간-변연계-대뇌피질의 순으로 발달이 이루어집니다. 이 중에서 ‘변연계’가 바로 사춘기를 겪는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변연계는 유아기부터 시작하여 사춘기가 되면 발달이 완료됩니다.
감정의 뇌 부위인 변연계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증가되는데 도파민은 쾌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즉, 도파민의 증가로 인해 청소년들은 더 감정적으로 예민해지고 보상이나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춘기 아이들의 경우 뇌의 기본적인 부분은 발달되어 있지만 뇌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라는 기관은 아직 덜 발달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시기 아이들의 뇌 기능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02_심리정서적 측면에서 청소년기는 만 22-23세까지로 규정
즉,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점점 완성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감정을 느끼는 폭은 엄청나게 커가는 반면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전두엽의 기능은 아직 온전치 못하다 보니 아이들은 예민하고 짜증나 있는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두엽은 빠른 경우 20대 초반에 완성되기도 하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20대 후반이 넘어 완성이 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이 심리정서적인 측면에서 청소년기를 만 22-23세까지로 규정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심리정서적 측면입니다. 아동들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가장 큰 불안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무의식은 아동기 내내 아이들이 겪는 불안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훈육이라는 이름 하에 아이들을 무섭게 야단 친 후일지라도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에게 다가와 안기기도 하고 볼을 부비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어른들은 ‘그래도 내 아이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내가 또 내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한테 화를 냈구나…’ 하며 자책하게 됩니다. 그리고서는 내 자책감 혹은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아이에게 더욱 잘 해주게 됩니다.
03_꾸지람 뒤의 따뜻함, 온화함은 아이에게 그릇된 인식 심어줘
양육에 있어 이러한 써클은 최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한 꾸지람 뒤에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따뜻함, 온화함은 사실 아이에게 그릇된 인식을 무의식에 심어주게 됩니다. 즉, 그 달콤한 보상을 받기 위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먼저 부모의 속을 뒤집어 놓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양육의 패턴이든지 혹은 늘 엄하기만 한 양육의 패턴이든지 아이와 감정적으로 커넥션 되는 공감과 대화가 없는 양육이 계속될 때 이것은 사춘기라는 시기에 반드시 터지고야 말 시한폭탄을 부모 스스로가 열심히 제조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양육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박스 안에 담긴 헬륨풍선과도 같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부모라는 – 나를 버릴 수도 있는 절대 권위자 이자 권력자 – 거대한 박스 덮개가 아이라는 이름의 헬륨 풍선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잘 누르고 있지만 곧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 즉,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로부터 버림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 갇혀 있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무의식으로 혹은 잠재의식으로 꾹꾹 눌러놓았던 원망과 분노들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사제공: 휴안심리정서클리닉 (0410 189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