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조선일보는 5월 9일까지 구독료 자동이체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본지 구독료 자동이체를 신규 신청하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마스크 세트 (3개입)를 드립니다. 이 캠페인은 마스크 소진 시 조기종료 됩니다.’ 조선일보 2월 25일자에 실린 사고 (社告)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월 24일자 중앙일보에도 유사한 내용의 사고가 실렸습니다. ‘중앙일보 구독료를 자동이체로 신규 신청한 모든 분께 미세먼지마스크 5매 또는 메가박스 영화관람권 2매 중 1가지를 드립니다. 미세먼지마스크는 수급여건에 따라 조기마감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두 회사 모두 ‘마스크 파동이 나기 전 구입해 비축해뒀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긴 했지만, 마스크 사재기나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스크를 쌓아두고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마스크 대란 속에서 자기 뱃속만 채우려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었습니다. 한 마스크공장 사장은 마스크 가격이 뛰자 기존 거래를 모두 끊고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 절반가격으로 마스크 350만 장을 몰아줬습니다.

이 아들은 아버지를 잘(?)둔 덕에 최대 15배로 마스크 가격을 부풀려 지역 맘카페 등에 팔아 차명계좌로 100억원 대의 폭리를 취했습니다. 아무리 장사도 좋고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한테는 ‘쓰레기’라는 표현도 아까울 듯싶습니다.

“에이, 설마…” 지난 화요일 밤, 운동을 마치고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웨스트 라이드 울워스에 들렀습니다. 몇 시간 전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사재기를 시작해 쌀이며 휴지며 모든 것들이 동이 났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보다 앞서 한국식품점들에도 쌀을 비롯한 각종 먹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호주에서 사재기라니…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쌀은 물론, 파스타, 두루마리 휴지, 생수, 계란, 통조림 등이 쌓여있던 매대는 모두 썰렁하게 비어 있었습니다.

평소 그 시간이면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여유로운 쇼핑을 즐길 수 있었는데 그날은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여기저기 사람들로 북적댔고 각종 박스들도 통로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옆의 콜스로 가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가 팬데믹 (Pandemic)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전문가가 ‘코로나19가 전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수도 있으니 어지간한 생필품 정도는 확보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고, 요 며칠 새 호주에도 60대 한국인 여성을 비롯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해 불안감을 조성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재기라니….

이 같은 사재기 열풍은 NSW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퀸즈랜드, 타스마니아 등 호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트롤리에 이것저것들을 산더미처럼 실은 사람들의 모습이나 텅 빈 매장의 썰렁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혼란한 틈을 타 가격을 슬그머니 올려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애초부터 공존 혹은 공생이라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겠지만 이런 식의 반칙은 참 많이 씁쓸하고 안타깝고 우울한 느낌을 줍니다.

그날 밤, 우리는 콜스에서 우유 한 통과 달달한 아이스크림 몇 개를 샀습니다. 평소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맛있게 먹곤 했던 아이스크림인데… 그날따라 왜 그리도 씁쓸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에도 TV 화면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을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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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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