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과 충성심 있는 결혼생활은 사람들로 하여금 회복탄력성 높이게 해
이른 아침, 부엌으로 들어가면 이미 누군가가 밥을 짓고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은퇴하신 우리 장인어른이십니다. 저희 교단의 목사님으로 헌신하다가 작년 말에 원로목사님이 되시면서 은퇴하시고 호주에 오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일어나셔서 아침을 준비하는 아버님의 헌신과 충실함에 놀라곤 합니다.
01_가정에 시계가 없어 종소리 듣고 교회 올 수 있었던 시절
과연 내가 장인어른의 상황이라면 이러한 행동이 가능할까? 새벽예배를 항상 인도하시던 그 열심으로 저희 가족의 육적인 양식을 준비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저녁 식사 후에는 가정예배도 인도하셔서 영적인 양식도 공급하여 주십니다.
저희 부부가 학교 일로 바쁘다는 이유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오셔서 저희 집의 식사와 청소, 빨래, 설거지 모두 맡아서 기쁨과 정성으로 감당하십니다. 저희 장인어른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장인어른은 작은 시골에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에 시계가 없던 시절이라 창문을 통해 산에서 넘어가는 달의 움직임을 보고 정확한 시간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일년 365일 같은 시간에 교회의 종을 쳤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일반 가정에 시계가 없었기에 종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시간을 알고 교회로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그 일을 계속했다는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생을 이어온 ‘충성됨과 헌신’이 가족에게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유익을 주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02_한결같은 사랑은 사랑 지속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측면
유대교에서는 충실함을 ‘헤세드’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한결같은 사랑’입니다. 한결같은 사랑은 사랑을 지속시키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측면입니다. 이에 비해 감정적인 사랑은 지속적이지 못하고 변하기가 쉽습니다. 사랑한다고 여겼던 감정은 요동되고 변하며 사라집니다. 필자도 배우자가 때로는 아주 사랑스럽게 보였다가 때로는 섭섭할 때도 있는 것을 봅니다. 아주 간혹 관계가 의무의 형태를 띨 때도 있고 또 사랑이 시들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결코 져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감정적 사랑이 고갈되거나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는 ‘헌신’과 ‘충성심’입니다.
예일대 윤리학자 마거릿 팔리는 ‘자유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단단하게 묶어 주는 것’을 ‘헌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헌신은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며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또 신뢰를 느끼게 하며 그 결과로 성장하는 축복을 누리게 합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헌신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변함없이 지켜나가는 커플에게는 또 다른 사랑의 호르몬 ‘세로 토닌’과 같은 물질이 몸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시카고대 전국여론조사센터에서 실시한 2006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로하는 부부일수록 서로를 향한 헌신하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헌신과 충성심’으로 유지되어온 장기간의 결혼생활은 많은 유익을 가져다 줍니다. 결혼의 사랑이 에로스, 필레오, 아가페로 이루어진다고 본다면 헌신과 충성심의 사랑은 아가페 사랑의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힘들거나 어렵거나 어떠한 상황이 오든지 간에 상관없이 관계를 유지하게 하며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합니다.
03_헌신과 충성심으로 이어진 사랑의 관계 계발해나가야
실제로 이런 결혼에서는 자신을 상대방의 삶에 굉장히 중요한 존재로 만들어놓기 때문에 스스로 어리석거나 위험한 일을 시도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그러한 헌신과 충성심이 있는 결혼생활은 사람들로 하여금 회복 탄력성을 높이게 합니다. 회복탄력성 (Resilience)은 어려움이 있으나 그것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능력으로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헌신하며 충성해주는 한 사람이 있을 때 함양되는 능력입니다.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사람을 통해 내면의 힘이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헌신과 충성심이라는 덕목은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느끼는 사랑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충성심으로 이어진 사랑의 관계를 계발해나가는 것이 오늘날의 결혼생활에 진정으로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얼마만큼 ‘헌신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헌신과 충성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해나가며 더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서로에게 유익과 기쁨과 감동을 주시고 또한 받고 누리시는 축복이 있으시기를 축원합니다.
글 /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호주한인생명의전화 이사장·상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