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프로야구는 최고인기 스포츠다. 프로야구는 ‘배째라’ 인생을 살다간 전두환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전두환은 군을 동원해 막 꽃망울 머금은 민주주의 싹을 뭉개고 광주시민의 항쟁을 총칼로 제압하며 정권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막상 전두환은 국민들의 눈총이 두려웠다. 국민들의 눈총을 잠재우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한 방안으로 프로야구를 출범시키라고 기업에 압력을 가해 1982년 6개팀이 탄생했다.
프로야구는 국민들의 광적인 응원으로 한때 지역간의 파벌싸움을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열기는 해가 갈수록 뜨거워져 현재의 10개구단 체재로 정착됐다.
어쨌거나 프로야구선수들에게는 신데렐라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손가락으로 꼽는 소수지만 MLB로 진출해 억만장자의 꿈을 이루기도 한다.
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진 탓에 프로야구선수들의 급여수준도 해가 갈수록 세졌다. 출중한 실력을 보이는 선수는 몇 백억 원의 수입은 쉽게 움켜쥔다.
각종 스포츠가 프로시대로 활성화되면서 선수들의 실력에 비례해 인성도 세인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특히 선수 폭력은 언론과 국민들의 지탄을 받게 된지 오래다. 전도유망한 여자프로배구선수 쌍둥이자매는 학창시절 ‘학교폭력’이 드러나 배구계에서 퇴출돼 외국을 전전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하향시점은 대략 30중반이면 시작된다. 선수들은 팔팔한 나이 때에 장래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위해 높은 수입을 목표로 온몸을 불사른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 주위에는 그들의 수입에 눈독을 들이는 돈벌레들이 맴돈다.
배정대는 프로야구선수다. KT wiz팀 소속이다. 실력도 준수하고 인성도 괜찮다고 한다. 그런 그가 때아닌 학교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배정대의 학교폭력을 공개한 사람은 2012년 성남고등학교 야구부 후배다. 그는 성남고등학교 1학년으로 야구부에서 운동할 때 2학년선배 배정대로부터 야구방망이로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그는 배정대 선수가 무자비하게 배트를 휘둘렀다면서 배트에 맞는 순간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렇게 3대를 맞았다고 했다.
배정대 선수는 이런 사실을 쿨하게 인정했다. 배정대 선수는 “2학년 재학중인 2012년 대만 전지훈련 때 2학년 주장이었던 나는 1학년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준 사실이 있다. 후배들의 엉덩이를 배트로 3대씩 때렸다. 얼차려 후 후배들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해당사건은 공소시효가 완료됐고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징계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그 후배는 무엇 때문에 1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피해사실을 알렸을까. 간단하다. 상대의 아픈 흠집을 들춰내 한탕 챙길 생각을 한 거다. 그는 사과와 배상을 전제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배정대가 사실을 시인하고 직접 사과하겠다고 하자 그는 합의금을 계속 올려 제시했다. 결국 배정대 연봉의 절반 1억 7000만원을 요구했다.
배정대는 사과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며 합의를 거절했다. 그러자 그는 1억 3000만원으로 합의금을 깎은 뒤 더 이상의 합의는 없다면서 최후통첩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11년전 엉덩이 3대 때린 값으로 1억 3000만원 내놓으라는 거다. 아니면 너의 학교폭력을 까발려 밥줄을 끊어 놓겠다는 협박이다.
세상엔 이처럼 인간의 도덕 윤리 양심을 저버린 괴물 같은 인간들이 넘쳐난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비틀어진 한탕의 욕망에 일그러진 짐승들이 활개치고 다닌다. 도대체 왜 아무런 부끄러움이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짐승들이 활보하는 걸까.
이런 사회적 현상의 원흉이 바로 정치다. 정치가 국민의 삶은 외면하고 오직 집단의 권력다툼이다. 권력은 한탕과 보복의 열쇠다. 정의와 정도를 가르쳐야 할 정치가 한탕 챙기기, 내부총질, 음해, 모략, 권모술수, 마타도어를 가르쳐주는 괴물로 변했다. 반대편이라면 무조건 매도 억압하는 괴물들의 집단으로 탈바꿈했다.
거기에다 1950년대 초반 미국사회를 마녀사냥 광풍에 휩싸이게 했던 한물간 매카시즘까지 꺼내 들고 있다. 정치가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가 거느리는 가스라이팅 집단으로 변질됐다.
정치가 선하면 백성이 선해지고 정치가 악하면 백성이 악해져 스스로 멸망한다는 진리를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서 배웠다. 한탕과 극단의 정치가 국민들의 심성을 짐승으로 변모시키는 거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아무리 괴물들이 설쳐댄다 해도 다행인 것은, 세상엔 두 눈 똑바로 뜬 사람다운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다. 하여 우리는 기다림 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거다.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서 모두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사람인 거다. 누가 그랬다. “우리, 사람이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