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던 소소한 일상들이 뭔가에 의해 방해를 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저의 빼놓을 수 없는 요즘 일상 중 하나가 GYM에서 운동하는 겁니다.
그런데 하루라도 빼먹으면 찜찜했던 그 운동을 또 2주째 거르고 있습니다. 처음 코로나19가 우리 곁에 공포로 다가왔을 때, 혹시 몰라 2주를 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큰 두려움과 공포로 우리를 망설이게 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는 2주 쉬는 걸로 될까?’ 하는 걱정과 함께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이 상황이 너무너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GYM에는 나름 자신 있는, 그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만 오는 거 아닐까? 운동기구들 잘 닦고 손 세정제 쓰면 괜찮을 거야’라는 의견도 있지만 ‘GYM은 밀폐된 공간이라 위험성이 더 크고 2주 정도 잠복기간이 있다니 혹시라도 자신한테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걸 모르고 오는 사람이 있다면 큰일 아니야?’라는 반론에는 은근히 겁이 납니다.
요즘에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악수를 잘 안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있었던 몇 차례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도 악수대신 주먹 혹은 팔꿈치를 맞부딪치는 서양식(?) 인사로 대신하는 걸 경험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코로나19에 관한 이슈들이 최우선입니다. 거리도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북적이던 주차장도 군데군데 구멍들이 보입니다. 자연 앞에서는 물론, 질병 앞에서도 미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한번 가져봅니다.
2주전쯤, 우리 집에 소소한 일상을 더해주는 뜻밖의 손님(?)이 하나 찾아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때는 모두들 잠시 머물다 가곤 했는데 이번 손님은 당분간은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둘기야, 밥 먹었어? 둘기야, 어디 갔다 왔어? 둘기야, 잘자!” 아내와 저는 그 손님을 그렇게 부릅니다. 대개의 비둘기들은 회색 털을 갖고 있고 다소 뚱뚱한(?) 체구에 지저분한(?) 발가락을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집 둘기는 좀 다릅니다. 성별은 모르겠지만 아주 날씬한 체격에 깨끗하고 하얀 옷을 입고 있으며 꼬리 부분과 몸 군데군데에 갈색무늬가 연하게 들어 있는 녀석은 연분홍색 발가락 또한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우리집에 날아든 첫날, 뒷마당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길래 아내가 잡곡 몇 가지와 쌀을 좀 내줬더니 맛있게 먹고는 그날부터 우리집 껌딱지가 됐습니다. 하루 이틀 있다가 가겠거니 했는데 녀석은 아침밥을 먹고는 어디론가 날아가 실컷 놀다가 돌아와 점심밥을 챙기고는 또 다시 한참을 돌아다니다 우리집에서 저녁식사를 우아하게 마치고 털 고르기까지 하고는 잠 자리에 듭니다.
뒷마당 신발장 위 혹은 파골라 안 가스히터 꼭대기가 이 ‘뻔뻔한 손님’의 침대(?)입니다. 비도 안 들이치고 바람도 안 부는 아늑한 공간을 확보한 겁니다. 여기저기 똥을 심하게 싸놓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찌질한 아내와 저는 그런 녀석이 반갑기만 하고 어쩌다 늦게까지 안 보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합니다.
녀석도 이제는 우리와 어지간히 친해졌는지 아내나 제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거나 움찔거리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뒷마당에 있으면 어디선가 날아와 우리 곁에 있곤 합니다. “둘기야, 어디 갔다 왔어?” 하면 대답이라도 하듯 꾸꾸대기도 합니다.
비둘기의 천적은 고양이라는데 우리집 고양이 해삼이도 녀석에게는 관대합니다. 처음엔 꼬리를 세우고 경계 혹은 공격 태세를 취했지만 “해삼아, 안돼. 둘기한테 그러지마” 하는 우리 얘기를 알아들었는지 지금은 녀석과 맞닥뜨려도 아주 편안합니다. “둘기, 저놈 참 뻔뻔하다. 돈도 한푼 안내면서 먹고 자고 지 누릴 건 다 누리네? 혹시 모르지, 나중에 박씨 하나 물고 올지….” 커피 잔을 들고 있는 아내와 저의 얼굴에는 또 다른 일상을 가져다 준 녀석에게서 오는 작은 즐거움의 미소가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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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