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마음 짜는 일

노랑 파랑 덧신에 심은 꽃, 답들이 달린다

 

고요 틈으로 파고드는

뜨개바늘

털실뭉치에서 빠져나온

실 한가닥

바른 구멍 삐뚤어진 구멍 깁고 또 깁어

 

팽팽해진 날

 

끓어질 것 같은 불빛 달래며

차갑고 옹이 진 망을 통과한

실과 바늘

빈 방 구석의 어둠을 촘촘히 꼬매고 있어

 

발꿈치 굳은살 뭉개지네

 

가슴에 무늬를 그려놓으며

뜨개질하고 있는

나의 그림자

창문에 달라붙은 낙서에게

말 걸다

 

어눌한 발음으로, 굿 다이

 

 

신현숙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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