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이 사위를 물들인다
고요한 정적 속에 짙어지는 물내음
뜨거운 물에 녹아 내리는 티백처럼
흐물거리며 온 몸을 감싼다
흔들리는 시야로 창 밖 풍경이 눈물처럼 번진다
빛은 아직 살금살금
지척에서 숨죽이고
오래 된 석상에 뒤덮인 이끼조차
습기의 홍수 속에 세월의 흔적을 묻는다
기다림으로 더디 가는 시간이
어스름으로 물든다
희미한 달빛이 부서지듯 길을 열면
바람 우는 소리
맨발을 적시는 빗물에 짓이겨진 꽃잎이 서럽다
글 / 미셸 유 (글벗세움 회원·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