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딱 어린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귀엽고 앙증맞은 아기오리 열여섯 마리가 엄마아빠를 둘러싼 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장아장 봄나들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오리가족, 특히 아기오리들에게 넋을 빼앗긴 채 정신줄을 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지나던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멈춰 서서 탄성과 함께 오리가족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그렇게 엄마아빠와 함께 뒤뚱뒤뚱 걷는 아기오리들은 아직은 너무 어린 탓인지 ‘꽥꽥’이 아닌 ‘삐약삐약’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워낙 인간친화(?)가 돼있는 녀석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기오리들과 사람과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졌다 싶으면 엄마오리가 입을 쩍 벌리고 사람을 향해 위협적인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게 참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데 반해 엄마는 자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악을(?) 써대니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정 (母情)은 참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2주 전 토요일, 산행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숲 속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던 이구아나들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고, 숲 속 어딘가에 터를 잡고 사는 왈라비 녀석도 오랜만에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혀 반갑지 않은 뱀들도 서서히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놈들도 따스한 봄 햇살이 좋아 일광욕을 위해 나온 모양입니다. 2년 전인가에는 엄청나게 큰 뱀 한 마리가 4주 이상을 한 자리에 꼼짝도 않고 똬리를 튼 채 앉아 있어 우리는 그 언저리를 지날 때마다 녀석의 존재를 확인하며 괜스레 겁을(?) 먹곤 했습니다.
트레킹 코스를 절반쯤 지날 때면 항상 벨 버드 (Bell Bird)의 맑고 청량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얀 앵무새라 부르는 코카투 (Cockatoo)의 시끄러운 외침이나 쿠카부라 (Kookaburra)의 호쾌한 너털웃음(?)과는 달리 벨 버드의 노랫소리는 참 청아합니다. 가끔씩은 강 건너 저편에서 학생들이 캠핑을 하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는데 우리가 걷는 동안 들려오는 주변의 모든 소리는 하나같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우리가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시간에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엄마아빠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다섯 살, 세 살쯤 돼 보이는 한국인 아이들과 마주쳤습니다. 모험심(?)이 강한 오빠는 좀 더 걷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이어지는 코스가 다소 험해지는 곳이었던 터라 엄마가 협상(?)에 나섰습니다. “우리, 오늘은 그만 걷고 저기 가서 돗자리 깔고 맛있는 딸기 먹자.” 엄마와 극적인 협상타결(?)을 이루고 깡총깡총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그 한국인 가족을 보면서 내년쯤에는 우리도 훈이와 봄이를 데리고 짧은 트레킹을 해야겠다는 욕심(?)을 가져봤습니다. 녀석들이 힘들어하지 않을 만큼 걷다가 자연 속에서 구워먹는 고기 맛은 얼마나 좋고 그 시간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요? 우리는 녀석들도 할매할배를 닮아 트레킹도 좋아하고 여행의 맛을 아는 아이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날, 우리 시드니산사랑 멤버들은 산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바비큐 파티를 가졌습니다. 무슨 음식을 먹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보약이 되게 마련입니다. 특히 이번 바비큐는 ‘나는 고기, 나는 김치, 나는 과일, 나는 야채, 나는 밥, 나는 음료수…’ 자발적으로 음식들을 준비해와 모두들 평소보다는 조금씩 과식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기와 음식을 전투적으로(?) 먹고 향 짙은 커피 한잔씩을 들고 건강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습들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때론 둘이서 걷는 것, 둘이서 하는 여행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더 좋은 이유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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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