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왜 저리 유난을 떨까?’ 싶었습니다. GYM에서 운동을 하는데 60대로 보이는 그 중국인 여성은 운동기구를 만질 때마다 기구들을 꼼꼼히 닦곤 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대충 닦는 게 아니라 비치돼 있는 소독약품까지 뿌려가며 닦고 닦고 또 닦는 것이었습니다. 그걸로도 모자라 장갑까지 끼고 있었던 그에게 저는 ‘닦닦이 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이었고 당시에는 그를 제외하고는 운동기구를 닦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그걸 훔쳐내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요즘이야 코로나19 여파로 운동기구 사용 전은 물론 사용 후에도 비치된 물 티슈로 깨끗이 닦아야 하는 게 불문율로 돼 있지만 그는 코로나19가 덮치기 오래 전부터 그랬으니 어쩌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사라진 후 GYM은 다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데 그 닦닦이 아줌마가 보이질 않습니다. 매일매일 물 티슈로 운동기구를 열심히 닦으면서 가끔 그 중국인여성이 궁금해집니다. 우리와는 다른 시간대에 운동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건지… 하여튼 어디서든 지금도 건강하게 열심히 운동을 잘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운동기구를 닦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매일매일 무수히 사용되고 있는 물 티슈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적잖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세상이 그만큼 바뀐 건 사실입니다.
‘티 정션 (T-Junction)이나 코너에 있는 집은 사지 말라.’ 오랜 세월을 두고 전해 내려오던 이 이야기도 언제부터인가 구닥다리(?) 조언이 돼버렸습니다. 그렇게 기피대상(?)이 돼오던 코너 집들이 요즘은 완전히 인기스타(?)로 급부상한 겁니다. 코너 집을 사서 듀플렉스를 지으면 그야말로 한 채는 고스란히 남는 훌륭한 투자 혹은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동네에는 집 짓는 곳들이 유난히 많은데 그 중 최소 95퍼센트는 듀플렉스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친한 이웃 중국인 요크가 몇 년 전 큰길 쪽의 허름한 코너 집을 사서 들어올 때만 해도 ‘저걸 왜 살까?’ 싶었는데 얼마 후 그는 그 낡은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멀끔한 듀플렉스를 지었습니다. 한 채는 본인 가족이 살면서 다른 한 채는 렌트를 줘서 매주 1200불씩을 받고 있으니 대단한 재테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온라인시대를 맞아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떼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유튜버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그 주인공들인데 개중에는 인정사정 없이 먹어 제끼는 이른바 ‘먹방’으로 기하급수적인 돈을 긁어 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행동 또는 발언으로 믿겨지지 않는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로서는 나름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 덕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도 심심찮게 이용하고 있지만 에어비앤비 (Airbnb) 또한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돈벌이 수단입니다. 막말로, 전세계에 퍼져 있는 남의 집들을 이용해 힘 안들이고(?)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들어 빅토리아주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주택부족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숙박료에 최대 7.5퍼센트에 달하는 부과금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에어비앤비는 별다른 충격 없이 순항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세상은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해가는데 수십 년 전 과거로 회귀하려는 듯한 ‘이상한 사람들’도 여전합니다. 그들은 입으로는 자유와 공정을 부르짖으면서도 ‘공산 전체주의 집단’이니 ‘빨갱이’ 혹은 ‘간첩’ 운운하면서 궤변과 기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나라와 국민과 민생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무슨 계, 무슨 계’ 하며 본인들 이권과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또 다른 쪽의 사람들도 그들에 비해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가장 한심하고 구제불능인 사람은 스스로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자(者)’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의 부족함, 잘못됨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걸 극복,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텐데 그걸 모르고 있으니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들은 결국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노릇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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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