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루 종일 강풍이 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빈 통을 들고 털레털레 돌아가고 있는 상황,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자잘한 녀석들만 까불어대다가 걸려들어 놓아주기를 반복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도 재미가 없어 가라앉히는 낚시로 채비를 바꾸고 한동안 먼 바다에 시선을 둔 채 멍을(?) 때리고 있는데 문득 입질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의 밀땅 끝에 드디어 녀석이 확실하게 걸려들었습니다.
그런데 힘이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일행은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도 온통 낚싯대와 씨름하는 저에게 몰렸습니다. ‘이번엔 뭘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왠지 느낌이 싸했습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역시 가오리였습니다. 한 달 전에는 릴이 감기지 않아 질질 끌려가다가 간신히 이 녀석 친구(?)를 잡았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덩치가 몹시 큰 녀석이었습니다.
전에는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서 낚싯줄을 끊어버렸지만 이번에는 여러 사람이 합세해 날카로운 침을 세우는 녀석의 꼬리부터 잘라내고 맛있는 가오리 찜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상어가오리 이런 게 아니고 오리지널 가오리라서 그런지 홍어의 느낌이 진하게 났습니다.
그 밖에도 우리는 생각지도 않았던 광어와 트레바리, 브림 등을 잡아 올려 애초에 목표로 했던 ‘이따 만한 스내퍼’는 못 잡았지만 그런 대로 재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낚시 도중 끓여먹은 라면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지난 주말, 2박 3일 일정으로 해링턴 (Harrington) 낚시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곳은 한달 전쯤 김용규 김혜진 부부의 안내로 다녀왔던 곳인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너무 좋아 낚시를 좋아하는 시드니산사랑 멤버 세 팀과 함께 괴물(?) 스내퍼 낚시 원정 길에 올랐던 겁입니다.
하지만 시기가 지나서인지 강풍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물때가 안 좋아서였는지… 스내퍼라곤 꼬마들밖에는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며 낚싯대를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바다와 동네가 예쁜 동네, 포스터 (Foster)… 그곳에서 잠시 바닷가를 걷는데 “어머! 문어! 문어다, 문어!” 하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세상에나… 주차장 바로 아래,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에 대왕문어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딱 걸린 겁니다.
우리 일행 여덟 명은 난리가 났습니다. 목장갑을 찾고 비닐봉지, 칼을 외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계속했고 일흔 여섯의 최 연장자가 녀석과의 한판승부에 들어갔습니다. 바위에 딱 달라붙은 채 커다란 빨판으로 그 분의 팔을 휘감으며 반항하던 녀석은 몇 분 동안의 사투 끝에 마침내 백기를 들었습니다. 주변에 몰려 있던 모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재미 있는 일이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다음 코스인 실록스 (Seal Rocks)에서 잠시 바다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데 스킨스쿠버 차림의 호주인 남자가 아내에게 제법 큰 문어 한 마리를 문득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내친 김에 그는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전복도 한 마리 얹어줬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그야말로 어복이 터진 날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그야말로 정신 줄 바짝 붙들고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빡쎄게(?) 일하는 요즘… 이번 여행은 1인당 120불로 2박 3일을 만끽한, 훌륭한 힐링이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찌 보면 받는 즐거움보다 더 큰 주는 즐거움… 김용규 형제 덕분에 알게 된 좋은 여행지, 이번에는 우리가 안내자가 돼서 선배부부들을 한달 전 우리가 밟았던 코스 그대로를 문화유적지 답사하듯 이끌었습니다. 모두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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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