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입니다!

“좋으시겠어요. 두 분이 여행도 함께 다니시고 낚시도 같이 하시고… 정말 보기에도 좋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 코리아타운에 실린 여행기나 제 글을 통해 우리 부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이야기입니다.

개중에는 “우리도 얼른 아이들 다 키워놓고 두 분처럼 편하게 이곳저곳 여행 다니고 싶은데 아이들이 이제 초등학생이니 언제 다 키울지 까마득하네요”라며 우리를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야 두 아이가 모두 독립해 나가 살기 때문에 둘이 마음만 맞으면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어드벤티지를(?) 갖고 있기는 합니다. 반면, 그분들한테는 우리보다도 훨씬 넓은 선택의 폭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주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엄마 아빠 손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토요일 아침마다 산행을 하는 버로라 (Berowra)의 The Great North Walk은 업다운이 심한, 쉽지 않은 트레킹 (Trekking) 코스입니다. 그럼에도 하이스쿨 학생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그보다 어린아이들과도 종종 마주칩니다. 예닐곱 살쯤 된 아이는 걸리고 두세 살쯤 된 아이는 아빠가 목말(?)을 태워 산행하는 식입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길고 짧은 여행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이유와 저런 사정으로 그 같은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4박 5일 정도의 여름휴가기간 동안 큰맘 먹고 바캉스를 떠나는 게 어쩌면 가족여행의 전부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어쩌다 쉬는 주말이면 그냥 집안에서 뒹굴며 TV나 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9만평이나 되는 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했음에도 그곳에서 운동이나 산책을 한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들녀석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그 중앙공원에서 모처럼 야구 연습을 했던 기억이 뚜렷한 걸 보면 어지간히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았던 나쁜 아빠, 못된 남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이제는 30대가 돼버린 두 녀석 다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기에는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습니다.

“코리아타운에서 김 사장님 동유럽 여행 이야기를 보고는 ‘우리도 유럽 한번 가자’고 아내가 매일같이 졸라 미치겠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시는 분도 계셨고 “김 사장님 호주 여행기를 스크랩해놨다가 주말만 되면 ‘우리도 여기 한번 가보자’고 가족들이 단체로 들이대는 통에 괴로워죽겠다”는 항의도(?) 받곤 합니다.

“당신도 토니씨 반만 닮아보라”는 말도 안 되는 닦달을 당하는 분들도 생기면서, 어쩌다 보니 제가 남편들의 공공의 적(?)이 돼버렸습니다. 아내를 살뜰히 챙기고 둘이서 여행도 자주 다니는 100점짜리 아니, 200점짜리 남편쯤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의 저는 ‘아내를 사랑하라’고 외치는 여성지 <여원>에서 일하면서도 아내 사랑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계속했던 몹쓸 남편이었음을 여러 차례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빵점짜리 남편이었던 지난날을 무마해보려 작은 애를 쓰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다니는 여행지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힘들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부부 둘만의 여행은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독립해나간 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여행을 즐길 시간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펼칠 수 있는 여행지는 공공의 적인 제가 더욱더 부지런히 코리아타운 지면에 옮기겠습니다. 미루지 마십시오. 바로, 지금이 가족 사랑, 여행 사랑을 실천할 때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녹아버린 하루
Next article엄마도 영어 공부 할 거야! 111강 나는 우리반에서 가장 어린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