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7월, 소설 <인간시장>으로 대중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소설가 김홍신 씨와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당시 그는 인기탤런트 송도순 씨와 함께 MBC TV 토크쇼 ‘아침의 창’ 공동MC를 맡고 있었는데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그 프로그램에 제가 패널로 출연하게 되면서였습니다.
당시 여성지 <여원>에서 발행하는 <직장인>의 편집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그 프로그램에 다양한 자료와 이야기들을 들고나가곤 했습니다. 특히, 그 해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앞두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름휴가보너스 앙케트 자료와 함께 그들의 삶 전반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실제로 저는 한국에 있을 때 기자라는 직업덕분에 다양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넘나들었습니다. 각급 기업 또는 대학에 강사로 불려 다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 그쪽 분야로 좀더 발을 넓힐 걸 그랬나?’ 하는 뒤늦은 후회 아닌 아쉬움을 문득문득 가져보기도 합니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영리한(?) 사람들은 그 인맥을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이익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동료차장 하나는 자신의 결혼식에 어지간한 업계사람들을 총동원(?) 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의 파워는 그러기에 차고도 넘칠 정도였습니다.
반면, 저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부캐’로 방송이나 강의, 집필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후 인연’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부탁할 일이 많은 그들이 연락을 해와도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것 외에는 정확히 선을 긋는 다소 멍청한(?) 짓을 계속했습니다. 잘 나갈 때 연예인을 비롯한 정치인, 기업인, 스포츠인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끈적한(?) 인맥을 유지해왔더라면 저의 삶이 조금은 더 윤택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지난 6월 29일 방송된 한국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 소설가 김홍신 씨가 출연했습니다. 올해 일흔일곱 살이 된 그는 “여러분, 주변에 미운 사람들 많이 있죠?”라고 그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운 사람들… 내가 미워한다고 그 미운 사람들이 벼락맞아 죽던가요? 오히려 잘 먹고 잘 살지요? 그럼 누가 죽은 줄 아세요? 내가 죽은 거예요. 그 사람들 미워하면 내 몸에 암세포를 만드는 거예요. 내 몸에 암세포공장 말고 엔돌핀공장을 만들어야죠”라고 했습니다.
김홍신 씨는 “미운 사람, 사랑하지는 마세요. 다만, 포기하세요. 미운 사람한테 매달리면 내가 그 사람의 노예로 사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기적이에요. 그런데 이 기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인 거지요. 고마워해야 합니다. ‘내 인생, 기적을 이뤘다’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신나게 행복하게 살아야지요. 그렇다고 고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쪽으로 고심하라는 것입니다. 갇혀 있지 말고 괴로움 없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하는 겁니다. 한번밖에 못사는 세상, 살아있는 동안 잘 놀고 가야지요. 때문에 어떤 경우든 상대가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내가 바뀌는 것 또한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라고도 했습니다.
‘내가 굳이 복수를 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은 인과응보, 세상의 법칙에 따라 반드시 죗값을 치른다. 최고의 복수는 관심조차 주지 않고 그보다 훨씬 잘사는 것이다. 굳이 복수하지 말라. 썩은 과일은 알아서 떨어진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가 남긴 미운 사람에 대한 명언입니다. 이에 더해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사상가 노자 (老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굳이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라. 그럼, 머지 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올 것이다.’
이분들의 이야기처럼 이 세상 모든 미운 사람, 나쁜 놈, 양아치, 사기꾼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모조리 죗값을 치르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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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