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과 자루

사재기 끝물에 사들인

멜론 하나와 자루

포개 놓은 지 사흘째

거들떠보지 않는 동안

멜론 누운 자리

움푹 내려간 자리에

어디서 본 것 같은 모습 하나 고여있어

힐끔 다시 보았는데

그것은 화난 엄마의 뱃살

머리 묻고 울었던 옹크린 얼굴

풀썩거리는 소리 들려서

자루에 포개어진 멜론

힐끔 다시 보았는데,

보이는 것은

엄마 손에 이끌려 간 할머니 집

서둘러 반죽한 수제비

낯선 구름 한 폭 베고 잠든

얼굴이었던 것

아무도 오고 가지 않던 계절

할머니 무릎에 콕 박혀

떼어 놓고 간 손

마냥 기다리던

얼굴이었던 것

 

 

민명숙 (문학동인캥거루 회원·2017년, 2023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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