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롱제티에 오니
하늘이 한차례 더 먹구름을 깔아 놓는다
펠리칸 먹이 주는 시간에
카메라들 함성처럼 터질 때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이글거리던 햇살도 노을도 잠시
열렸다 닫히는 조리개 속으로
빠르게 가고 있는 얼굴 하나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 배추 다 쓸려갔다는 엊저녁 통화
먼 곳은 장마라 한다
서로에게 기우는 말들이
카메라에서 모발폰으로
다시 해변의 모든 소리들이 손가락 끝에서 흔들린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에 따뜻해지는 종이컵
지친 얼굴이 비바람을 훌훌 휘젓는 동안
길어진 하루
오늘 왔던 길 밝혀야 할 별들 다 나오는 롱제티의 밤도
훌쩍 가벼워지기는 했는데
– 캥거루 편지 제2호 2016 발표
김인옥 (시동인 캥거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