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잔의 죽음

한 잔 하려고

전화기를 치켜든다

 

불러낸 막걸리 한 병

선술집 둥근 양철 탁자를

술잔과 공전한다

어깨를 걸며 어우러지는

회전목마에 둘러앉은 소주병

왁자지껄 울렁인다

 

응시할수록 탈출구는 어지러워지고

발걸음에 차인 건물 서둘러 휘청거린다

취기가 명치에서 확 밀쳐 나와

좌충우돌 머리를 흔든다

외계의 거리를 향하는 갈지자 행보

알 수 없는 언어로 횡설수설 주문을 걸어

시간이 잘려나가는 공간이동을 한다

 

밤 버린 조명 빛 놀이공원

호객꾼 안내로 한 잔의 회오리 폭탄을 맞고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때

총알택시에 물어 뜯겨 끌려온 집

밤새운 무아의 아침이 소침하다

 

지갑에서 기어 나온 목 졸린 카드명세서

여자와 장례비를 흥정하고 있다

 

 

송운석 (시인·캥거루문학회원· 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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