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빠져 사는 이유?!

처음에는 ‘장남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 허우대 멀쩡하고 똑똑하며 자신의 치과까지 운영하고 있는 장남 윤재는 어찌된 일인지 내년이면 마흔 살이 되는데도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할아버지까지 3대가 화목하게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세 아들에게 내려진 긴급 미션은 ‘누구든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아파트 한 채를 내주겠다’ 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타겟(?)이었던 큰 아들(39)은 물론이고 변호사인 둘째 아들(36)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오히려 아파트 욕심이 난 막내 아들(27)이 ‘가짜 결혼을 해주면 포상으로 받는 아파트를 팔아 1억원을 주겠다’며 여사친 유나(25)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부모를 향한 이들의 사기 아닌 사기 행각은 착한 본성을 숨길 수 없는 유나의 자백에 의해 물거품이 됐고 그러는 동안 큰 아들과 작은 아들에게도 자연스레 운명의 짝들이 생깁니다.

KBS 2TV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의 중간 스토리입니다. 마침내 큰 아들 윤재는 지난 일요일, 자기보다 두 살이 많은 로펌 대표 해준(41)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둘째 아들 현재도 퍼스널 쇼퍼로 활동 중인 여자친구 미래(26)와 빠르게 결혼할 기세입니다. 모르긴 해도 막내 아들 수재도 가짜 결혼을 도모했던 공범(?) 유나와 진짜 사랑에 빠져 조만간 결혼에 골인할 걸로 보입니다.

좌충우돌,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람 사는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드라마는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26퍼센트 대의 높은 시청률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여타의 드라마들과 달리 원한과 복수, 폭력과 살인, 배신을 뛰어넘는 또 다른 배신 등이 들어있지 않아 주말저녁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보기에 딱 좋은 드라마입니다.

지난주에 막을 내린 ‘닥터 로이어’와 ‘왜 오수재인가’ 그리고 ‘이브’ 같은 드라마에는 하나같이 악인들이 등장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난무해 ‘욕하며 보는 드라마’의 명성을(?) 지켰고 평일 저녁시간에 안방을 찾는 일일 드라마들도 거의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자극에는 끄떡도 않는 요즘 세태를 고려(?)해서이긴 하겠지만 천편일률로 그 수준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요즘은 지상파는 물론 종편채널, 케이블채널 거기에 Netflix, Waave 등도 드라마 제작경쟁에 뛰어들어 드라마 풍년을 넘어 가히 드라마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드라마들 중 요즘 관심 있게 보는 것 중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Waave가 제작해서 방송 중인 이 드라마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상파 드라마가 아님에도 최고 시청률 13퍼센트를 뛰어넘은 이 드라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변호사 우영우가 대형로펌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기발하고 똑똑하게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우영우 역을 맡은 탤런트 박은빈의 연기가 돋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게 대부분이라고는 하지만 ‘현재는 아름다워’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고 훈훈하게 만들어주기에 애정이 더 많이 갑니다.

‘나이가 드니 아줌마처럼(?) 드라마 타령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주 옛날부터 이런저런 이유들로 드라마나 예능프로 등과는 친하게 지내오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뉴스, 특히 정치판에 관련된 내용들은 무한대의 짜증과 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며 감동을 느끼고 예능프로나 각종 노래경연프로를 보며 즐거워하는 시간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입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달고 살지만 실제로는 지들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없는 ‘정치 하는 자’들의 구역질 나는 헛소리보다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윤재, 현재, 수재 3형제나 우영우 변호사가 훨씬 고맙고 정겹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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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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