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 할퀴고 지나간 바람 잡지 마세요
붉은 대문 한 번 더 녹슬잖아요
천 개의 바람이 불어
천 개의 전쟁이 일어요
슈츠케이스 들고 찾아온 그이는
정확한 시간에 들른 거죠
구불구불 창자 같은 길
신호음 들렀는데 귀 닫았어요
멧돼지가 달려들어요
아기 사슴은 덫에 걸렸구요
포수의 뜨거운 총구는 아직 보이지 않아요
기억을 통나무처럼 쪼개지 말아요
자꾸 무언가 잃어버려서 잊었나 봐요
어두워서
불 밝은 곳에 가서 찾다가 물어보았죠
지나간 것은 뒷모습이 없어 잡지 못하고
툭툭 떨어지는 슬픔이
미로에서 웅크려 졸고 있었죠
글 / 손양희 (시드니동그라미문학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