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 엄청난 인파가 저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곳은 작은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질서정연하게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들을 챙겼고 몇몇 사람들은 가득 채워진 쓰레기 봉투를 도로변 한쪽에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TV 중계카메라를 통해 전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12월 3일 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비상계엄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우리 조국의 국격 (國格)은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들의 이 같은 모습으로 그나마 나라의 품격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이 경악한 비상계엄의 순간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가득 메운 국민들은 차분하고 담담한, 그러나 계엄군의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계엄군의 총부리를 붙들고 홀로 맞선 여성, 계엄군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사람들, 창문을 깨고 국회의사당 안으로 난입한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 저지를 위해 집기를 쌓아놓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저항한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잊을 수 없는, 역사에 깊이 기록될 가슴 뭉클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한치의 두려움도 없이 계엄세력에 맞섰고 적잖이 황당하고 어정쩡했던(?) 그날의 비상계엄은 다행이 불발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4일이 지난 12월 7일 저녁, 그날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인파로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김건희특검법’의 세 번째 부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왔던 국민의 힘 소속 의원 108명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후 ‘윤석열탄핵소추안’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 떼를 지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결국 그들 중 단 세 명만이 투표에 참가했을 뿐 나머지 105명의 국민의 힘 의원들은 끝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날의 윤석열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해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초유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운 국회 앞 그리고 텅 빈 본회의장 국민의 힘 좌석… 역사에 남을 두 장면입니다. 불법계엄에 질서 있게 맞섰던 시민의식, 그 시민들은 합당한 심판을 요구하며 이 추위 속에서도 질서 있게 국회 앞을 가득 메웠습니다. 반면, 국회 안의 여당의원들은 (김건희) 특검 요구를 끝내 외면했고 (윤석열) 탄핵안 표결 땐 자리를 박차고 떠났습니다. 가득 찬 시민과 텅 빈 국민의 힘… 2024년 12월 7일 오늘의 역사에 상반된 두 장면은 똑똑히 기록되고 있습니다.” Jtbc ‘오대영라이브’의 오대영 앵커는 그날의 상황을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요약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12월 8일) 아침 <한겨레신문>은 ‘그날 본회의장 떠난 105인’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경향신문>은 ‘윤석열탄핵안 투표 불참한 국민의 힘 의원 105명’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각각 1면에 윤석열탄핵소추안 투표를 거부하고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간 국민의 힘 소속 국회의원 105명의 얼굴과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실어 역사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패러디해 만든 ‘내란공범 105인의 역적들’이라는 노래가 지금 온 국민의 애창곡이 되고 있습니다. “검찰독재 윤석열 자기 살자고 / 국민에게 계엄령 총을 겨누고 / 꼭두각시 국힘당 한심한 무리 / 검찰에게 멱살 잡혀 쩔쩔맨다네 / 도봉구에 김재섭 마포 조정훈 빠루여왕 나경원 / 명태균에 감사한 서초 조은희 서초을에 신동욱… / 촛불은 애국 국힘당은 매국 국민이 이긴다… / 친일적폐 국힘당 위헌정당 해산해 / 검찰독재 윤석열 탄핵으로 구국 / 국민이 이긴다.”
극심한 혼돈 속에 빠져 있는 우리 조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켜나가겠다는 일념으로 12월 3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국민들…. 그들은 내일(14일)로 다가온 ‘윤석열탄핵소추안’ 2차투표에서는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이 일주일 전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는 보이지 않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소신투표’를 해주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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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