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

당신은 살아가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가. 경제적인 문제인가, 사회적인 문제인가, 인간적인 문제인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약 80%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사는 걸 힘들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과 사람 관계다. 수시로 마주치고 지나치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즉, 인간관계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의 밀도는 엄청나게 높다. 상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좋은 친구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한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만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상대의 눈치를 보며 상대를 계산하는 예단의 농도가 진하다. 그 예단이 어떤 계산과 속내인지를 짚어내지를 못하는 나처럼 좀 모자라는 인간들은 늘 겉돌게 마련이다. 그들의 몸짓에는 본능적인 경계의 그늘이 있다. 그들은 절대 자신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어쩌다 슬쩍슬쩍 던지는 자신의 과거는 화려하다. 질 낮은 인간들 운운하며 교민들을 폄하하기도 한다.

자신이 대단한 인물임을 과시하듯 화려한 인맥과 그럴듯한 학연과 특정지역의 지연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매사 간섭하고, 자기 기호대로, 자기 언어대로 상대를 바꾸려 한다. 그들은 어느 심리치료서에 쓰여있는 ‘잘난 체 말라, 먼저 말을 걸라, 부정적인 말은 하지 마라, 함부로 단정짓는 습관을 버려라, 자기방식대로 통제하려고 하지 마라’라는 인간관계의 기본에 무지하다. 그들은 인간관계의 기본을 외면한 사람 곁에는 진실한 친구가 남아있지 않는다는 진실에도 역시 무지하다.

인간관계를 위한 책을 보면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알려주라고 했다. 내가 먼저 솔직한 모습, 인간적인 모습,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는 편안하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거다. 또 내가 먼저 웃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라는 뜻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먼저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서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배신이라고 하듯이,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데, 이런 자기편향의 아집을 버리고 불의가 아니라면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비난하지 말고 상대방을 그대로 인정하라고 했다.

또 인맥을 만들겠다고 억지로 친해지려 애쓰지 말라고 했다. 인간관계가 많다 보면 자칫 악연이 생기기 쉬운 거다.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나와 뜻이 통하는 사람과 교제하는 것이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인 거다.

허면, 친구란 어떤 사람을 뜻하는 걸까? 친구란 좋은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일도 얘기하고 싶은 사람,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의지하고 싶은 사람, 쓰러져 있을 때 곁에서 무릎 꿇어 일으켜주는 사람, 환경이 좋든 나쁘든 늘 함께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친구를 일컬어 ‘나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언어는 천연원석처럼 순수하다. 오만하고 가식적인 문명인들의 삶을 거부하며 자연 속에서 자연에 동화된 삶을 원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친구라는 단어가 없다.

친구라는 단어가 ‘나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다. 우리 주위에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흔하다. 그러나 나에게 슬픔이 닥치면 곁에 있던 사람도 떠난다. 세상 사람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친구가 거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것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나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감정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아! 저 사람이 나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지 말자. 저 사람이 좋으면 내가 저 사람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 되면 된다. 그러면 혹시 아는가. 이백 년쯤 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친구로 넘쳐나는 천국으로 변할지.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Previous article삶이란… 문제해결의 연속?!
Next article사랑의 멜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