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행복한 건…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싸질러놓고도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열심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뻘짓만 계속해대는 저들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요? 20년 전,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나온 이영애의 명대사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쏟아 부어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사기를 감행, 남의 돈 떼어먹고 그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남겨주는 이상한 놈, 나쁜 놈, 쓰레기, 양아치들이 교민사회의 무슨 무슨 단체나 기관의 회장이니, 부회장이니, 이사니, 위원이니 하는 타이틀을 달고 우쭐대는 걸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 시대에서 나쁜 짓 하고 죄짓는 놈들이 반드시 벌받는 세상은 정작 요원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민초기, 이런저런 사기로 돈을 뜯긴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실력도 없고 자격도 없는 이민법무사에게 2000불 넘는 돈을 빼앗겼을 때는 참으로 당혹스러웠습니다. 2001년 당시의 그 돈은 우리에게는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였습니다. 그 밖에도 중고차를 사면서, 청소를 하면서 크고 작은 돈을 뜯기긴 했지만 그나마 아주 큰 금액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교민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사기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그 모습과 형태가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한 웨이지를 어처구니없이 떼이는 경우,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에서 선의로 빌려줬던 돈을 상대의 ‘쌩깜’으로 한 푼도 못 받는 경우, 심심하면 들려오는 계 파동… 하지만 여러 가지 사기 중 가장 악질적인 것은 비자를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사기를 치는 경우인데 이런 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반면, 자신의 이익보다는 가까운 이웃이나 때로는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착한 사람, 좋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살고 심지어 일찍 우리 곁을 떠나가는지 참 이해가 안 됩니다. 하이에나처럼 끊임없이 우리 곁을 맴도는 양아치, 쓰레기들은 꼭 그들이 지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고, 좋은 사람 착한 사람들은 복을 받는 세상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장모님과 다름 없는, 막내처고모가 한달 동안 우리 집에 계시다가 지난 월요일 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내를 어린 시절부터 엄마처럼 키워준 그분과 새로 이사한 집에서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함께 하고 싶어 아내가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고모님, 오셨다면서요?” 과거 몇 차례 만남이 있었던 리드컴 친구부부가 쏜살같이 우리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처고모를 위한 다양한 건강식품들이 바리바리 들려 있었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씩을 놓고 늦게까지 이어진 환담은 또 다른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평소 아내와 저를 친동생처럼 챙겨주는 선배지인 부부 두 팀이 우리를 이스트우드 일식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챙겨줬습니다. 그에 더해 그분들은 처고모를 위해 예쁜 스카프와 포포크림세트까지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그분들의 넘치는 사랑은 맛있는 식사 후의 향 짙은 커피 한잔보다도 훨씬 더 진한 향을 우리에게 남겨줬습니다.

“하이, 토니. 2년 넘게 집 떠나 있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당신네 식구들이 우리동네에 없어 너무너무 적적했다. 이제 예쁘고 좋은 집에서 더더욱 건강, 행복하게 지내라.” 옛날부터 친하게 지냈던 이웃집 중국인 요크 (YORK)가 너스레를 떨며 저를 와락 껴안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마시라며 그가 건네준 와인은 그야말로 덤이었습니다. 또 다른 중국인이웃 안젤라 (Angela)도 지난해부터 우리의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집이 공사하느라 2년 넘게 텅 비어 있어 너무너무 적막했다. 다시 테레사 그리고 토니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그녀는 맛 좋은 사과 한 박스를 우리 집에 넣어줬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여전히 이상한 놈, 나쁜 놈, 쓰레기, 양아치들이 판을 치고 있지만 그들보다는 이렇게 마음 따뜻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더 많아 우리의 삶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마음 따뜻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예쁜 삶을 고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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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1956년생. 자유기고가. 한국에서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을 지내고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을 인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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