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이봐

만나서 술 한잔 함세

길 잃었던 핸들 찾아 신명 나게 꺾고 또 꺾어

숨 고르지 말고 달려오게

 

1.5M 안으로는 손길도 안 주던 사시나무 양반도 놀러 왔다고

친구여 이제 천국은 우리 두 발 아래 있다네

 

선물은 됐소만

못다한 말들 채워 초밥과 만두를 꽉꽉 빚어오게나

나는 길거리의 시어머니들 눈칫밥 덜어내고

외로움 한 덩어리와 서운해서 쉬어버린 김치를 푹 삶아

잔뜩 기름진 그리움 넣고 후다닥 볶아놓겠네

 

둥그렇게 따닥따닥 부대끼며

지잉하게도 좋던 감옥의 날씨들 안주 삼아

같이 마시지도 못하던 공기

코로나 기념 잔에 콸콸 따라

찐하게 취해보자고

 

2차는 나가서 먹어야지

스크루지 주인장이 몇 달 만에 주는 눈치 써비스

밤새 받아먹고

창백해져 있던 의자 볼이 빨개질 때까지

내 두 짝 궁둥이를 원 없이 비벼댈 거라고

 

그날이 오면

 

 

글 / 정예지 (동그라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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