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무상

이제 윤석열은 없다. 윤석열에 비교하지 말라. 비교할 가치가 아니다. 윤석열은 자신에게 허락된 의자가 구치소의 독방과, 호송버스와, 특검 조사실 테이블 앞에만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망상을 실현하고 엄호해준다고 주장했던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이 자신의 죄를 엄중히 규정하고 처단하기 위해 작동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한번도 자신의 입으로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았던 피의자 윤석열에게 깨달음의 시간이다.

법 앞에서 그가 더 대우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고 위협받고 조롱 받는 법치주의의 회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는 혼란이었다. 내란수괴 피의자의 백주 대낮을 활개치게 하는 법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사법정의는 윤석열에 대한 정당한 심판을 준비할 것이다. – MBC 앵커의 멘트다.

전 대통령 윤석열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권력의 단맛에 기대어, 국민의 감정이나 역사의 흐름을 도외시한 얼빠진 판사로부터 석방이라는 ‘선물’을 받은 날로부터 넉 달 만에 재구속 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특검에 의해 제기된 윤석열에 대한 혐의를 사법부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증거인멸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거다. ‘석방’이란 이름의 휴가가 넉 달 만에 끝났다.

과연 그는 뜨겁고 무덥고 습한 여름에 서울구치소 내 2평짜리 독방에 앉아 그 동안 저지른 불법과 과오에 대한 참회를 하며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김건희를 위해서만 권력을 휘두른 오만을 국민들께 사죄할까.

그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외환 이적죄 혐의로 특검의 조사를 숨가쁘게 받고 있다. 특검이 지정한 날 지정한 장소에서 특별대우 없는 엄한 취조를 받아야 한다.

윤석열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고 앞장선 인물들이 하나 둘 등돌리기 시작했다. 특검에서 윤석열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모른다가 알고있다로 바뀌고, 아니다가 그렇다로 변하고 있다. 윤석열은 원망 서린 말투로 그들은 자기 살길 찾아 떠났다고 했다.

지난 7월 9일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특검이 법정에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으면 부하직원이었던 피의자들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구속을 주장했다. 그러자 그는 “아무도 내게 오려 하지 않는데 누구를 조종하고 압박하겠느냐. 특검이 변호사까지 공격해 혼자 싸워야 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이다. 국무위원들 조차도 다들 자기 살길 찾아 떠났다”고 특검의 주장에 직접 반박했다.

그걸 예순 다섯 살이 되어서야 알았단 말인가. 세상사 모든 걸 혼자 다 안다는 듯 모든 걸 제 맘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더니, 그러한 인간의 속성을 이제서야 알았단 말인가. 특히 부와 권력의 허리춤에 매달린 인간들일수록 등돌리기를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걸 몰랐단 말인가. 무능하고 어리석다.

인무천일호 화무백일홍 (人無千日好 花無百日紅)이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천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고 꽃은 백일 붉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세상사 권력은 무상하며 인간의 삶 자체가 허무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당시 ‘충성파 친윤’이라는 국회의원 45명이 영장집행을 저지하겠다면서 대통령관저에 떼거지로 몰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며 구속 불가를 외쳤다.

그런데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법정 앞에는 그 어느 누구도 코빼기도 내밀지 않았다. 그들은 사냥개처럼 권력의 일출과 일몰의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는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셋째 형님 말처럼 메스꺼움과 분노를 느끼기보다 ‘그냥 슬퍼!’이다.

윤석열의 고립무원은 자승자박이다. 윤석열은 자신의 모든 잘못을 측근들에게 미뤘다. 자신은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니었는데, 측근들이 그렇게 했다고 강변했다. 측근들이야 죽든 말든 자신과 김건희는 살아야겠다고 누구나 아는 뻔한 사실에 대해 숨쉬듯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모든 범법행위를 측근들에게 덮어씌웠다.

일국의 대통령이란자가 자신이 명령하고 지시한 불법이 들통나자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모든 위법을 아랫사람들에게 돌리고 있다. 조폭 두목도 살인을 저지른 부하를 위해 모든 지시는 내가 했다면서 부하를 감싼다. 그런데 국가의 수장이란자가 나는 잘못이 없다는 거다. 이런 자가 대통령 이었음에 실망과 환멸을 느낀 참모들마저 등돌리고, 특검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구석 사면초가다.

윤석열은 극단주의자다. 내 생각이 그렇다. 극단주의자는 타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거부하기에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강요와 폭력을 조장한다.

윤석열에게서는 지도자로서 의무감도 책임감도 자존심도 자긍심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에게서 ‘모든 건 내 책임이다. 모든 것은 내 불찰이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라는 말은 이방인의 언어다. 그러니 세간에서는 윤석열을 “비겁한 놈, 이상한 놈, 나쁜 놈, 미친 놈”이라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내뱉는 거다.

윤석열은 특검의 조사를 거부하면서 독방에서 개기기에 돌입했다. 그것도 모자라 집으로 가겠다고 징징거리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 당했다. 결국 그는 구속기소 됐다. 그는 쫄보다. 수준 이하의 인간이다.

윤석열과 김건희 곁에서 권력과 부를 쫓던 불나방들도 모두 떠났다. 말처럼 다들 제 살길 찾아 떠났다. 윤석열의 측근들 이른바 ‘복심’들도 모두 숨었다. 권력무상이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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