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당 관리를 잘 해오셨는데… 이번에는 좀 높게 나왔네요. 한국에 오셔서 맛있는 걸 너무 많이 드셨나 봐요? (웃음) 시드니에 가시면 다시 주치의선생님 이야기대로 잘 따르실 거죠? 이번에 대장내시경 하시면서 작은 폴립 두 개를 떼어냈고 전반적으로 크게 문제되는 건 없는 상태예요. 하지만 각 분야별로 한국과 호주의 기준차이가 있는 것들도 있을 수 있으니 역시 시드니 주치의선생님들과 의논해서 잘 관리해주세요.”
대기실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의 대형모니터에 ‘신수정 교수님을 칭찬합니다’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그 교수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칭찬 릴레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와 마주한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신수정 교수는 상담시간 내내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말씨로 아내와 저의 건강검진결과를 조목조목 차분하고 따뜻하게 설명해줬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옛날에 해봤겠지만 호주에 온 이후로는 처음이었으니 거의 25년만인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한국 가는 김에 우리도 건강검진 한번 받아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둘이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어지간한 부분은 모두 훑어보는(?) 종합검진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을 위해 속을 모두 비워내는 일이 많이 힘들긴 했지만 건강검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확실했습니다.
그날은 아내와 저의 건강검진결과를 놓고 전반적인 리뷰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항목마다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우리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신수정 교수는 환자 혹은 상담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말 좋은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둘에 대한 상담시간이 너무 진지하게 길어졌는지 나중에는 간호사가 슬그머니 들어와 문 앞에 섰습니다. 뭐라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교수님, 이제 다음 분 상담하실 시간이에요’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 교수에 그 간호사였습니다.
무슨 직업이든 다 그렇긴 하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특히 인성이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딘가가 아파서, 뭔가가 궁금하거나 불안해서 찾아온 환자를 향해 막막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건 결코 좋은 의사의 자세라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쎄게’ 이야기를 해야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의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의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크게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 심하게 좌절을 겪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국에서 만났던 그 ‘이상하고 기분 나쁜 의사’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은 강북삼성병원에서 해당분야 전문의를 만나려면 출국날짜를 많이 늦춰야 하는 상황인지라 후배기자 부인의 노력으로 다른 병원 의사를 만났던 건데 그는 참 무례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의사였습니다. 아무리 본인소속 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자료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 이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설명을 드리기 불충분하고 애매한 부분이 많으니 시드니 주치의와 상의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도로 이야기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강북삼성병원이 건강검진결과에서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하나 발견돼 그에 대한 상황파악을 요청했던 건데 그는 “나한테 무슨 소리를 듣고 싶어 왔느냐? 나로서는 해줄 이야기가 아무 것도 없다”며 저를 윽박지르다시피 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걱정스런 얼굴로 찾아간 사람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만 더해준 겁니다. 아무나 의사가 돼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시드니에 돌아와서 그 부분에 관해 GP 그리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가졌는데 한국 건강검진결과에서 나왔던 ‘뭔가 미심쩍었던 상황’은 이미 이곳 의사들도 인지하고 있었던, 큰 문제가 아닌 걸로 정리가 됐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의 황당했던 상황설명을 들은 이곳 호주인전문의는 “내가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크게 놀라게 해 미안하다고”까지 했습니다. 평소 우리의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친절한 GP와 함께 1년에 한번씩 만나는 그 마음 따뜻한 전문의가 ‘굿 닥터’라는 확연한 증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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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