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
굴렁대 쥔 주자
감천마을 오두막을 돌아 나온다
헐떡이는 골목 끝자락에 내던진
동그라미
구르는 호흡 뒤뚱댄다
중심이 멀고 멀수록
엎어질 듯 휘청거리는
온몸 구르며 산다
전전하는 앞모습과 뒷모습이
순환반복 되는 행로
주류에 다가갈 수 없는
삶의 곡선
끝내 겉돌기 하는
옆에서 걷어차인 원지름의 진동이
좌절에 부딪쳐 상처로 해어진다
달팽이관의 누적된 흔들림
동그란 물결처럼 커져간다
달려온 시간들
발목 묶어 맴돌이 한다
원심력에 하나 둘 나뒹구는 눈동자
홀로 남는 동력 쇠한 버거움
제자리에 서서 까닥거리다
동그라미 품속에 드러눕는
굴러먹는 한 생
(시동인 캥거루 회원·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