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영식 토마스 신부님을 추모하며…

실버워터 한인성전 건립 준비한 끈기…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의 삶

6월 14일, 한 교우로부터 장영식 토마스 신부님 선종소식이 전해져 왔다. 장 신부님은 1991년 4월, 시드니 한인성당에 한국인 신부로는 최초로 부임해 제5대 한인성당 주임신부로 5년간 사목하시고 1996년 1월에 다시 한국으로 전임되어 가셨다. 그 후 대전교구 내 성당에서 사목하시던 중 2008년 1월, 갑작스런 사고로 10여년간 병상에서 지내시다가 6월 13일 향년 75세로 영면하셨다.

 

01_1970년대 시드니 한인사회 교민 수는 1000명 미만

장 토마스 신부님은 우리와 함께 한 5년의 세월 동안 우여곡절들을 겪으시면서도 많은 일들을 이뤄놓으셨는데 가장 큰 업적은 ‘실버워터 한인성전 건립을 준비한 끈기’를 들 수 있다. 장 신부님이 부임해오시기 전까지 이 공동체가 지녔던 고난의 과정들이 신부님의 이후 한인성당을 위한 사목방향과 무관하지 않기에 이를 되돌아보게 된다.

1974-1976년 초반, 이민초기 시드니 한인사회 교민 수는 1000명 미만이었고 주말이면 주로 개신교 교회 (시드니한인교회)에 모여 예배를 보던 시절, 6-7세대의 천주교신자들이 패딩턴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아씨시 성당 (St. Francis of Assist Church, Paddington / 이태리 신자들이 모이는 성당)에서 지역미사에 참여했다. 당시 교육 차 시드니에 머물던 이재문 수녀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소속)의 역할이 컸다.

그 후 본당 신부님께 부탁 드려 1976년 한인신자를 위한 미사시간을 배정 받아 루카 신부님 (프란치스코수도회 소속, 시드니한인천주교 제1대 신부: Fr Luke Pirone)을 모시게 된 것이 시드니 한인성당의 시작이었다.

그 후 시드니에 한인 이민자수가 급격하게 늘어가고 천주교 신자들도 증가해 시드니 이민사목 주교님께 건의한 바 애쉬필드에 착한목자수도회 (Convent of The Good Shepherded, Ashfield) 건물 일부를 할애 받았다.

한인신자 사목 담당을 콜롬반수도회로 배정해 노엘 신부님 (Fr. Noel Connelly)을 제2대 신부님으로, 이어 제3대로는 황 프란치스코 신부님 (Fr. Frank Ferrie)을 한인신자 사목신부로 모셨다.

 

02_1991년 4월, 제5대 장영식 토마스 주임신부님 부임

애쉬필드에서 그렇게 6년을 지내다가 수도회 건물 일부가 매각돼 또다시 콩코드 암부로스성당 (St. Ambrose Church, Concord West)으로 세 번째 이전을 했다. 이곳에서 제 4대 경 신부님 (Fr. Peter Kelly)을 모시고 1년을 지내다가 1985년 3월, 당시 도미니코수도회에서 청소년직업훈련소로 사용하던 공소 (St. Stanislaus, Silverwater)로 네 번째 이전을 했다.

이처럼 네 번의 성소로 옮겨가는 중 신자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우리 성전을 가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소망의 과정은 두 번째 장소 (애쉬필드 성소, 황신부님 때 / 1978-1984)부터 시작해 제4대 경 신부님을 설득해 시드니교구에 이 터에 한인성전 건립을 위한 인가신청을 올렸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경 신부님이 중국선교 사업지로 이동발령을 받게 되면서 불가분 다음 신부님은 한국에서 모셔오는 방향으로 전환해 시드니 해외 이민담당 주교님 (Bishop Cremin)의 추천으로 한국 해외교포사목 주교회에 신청을 하게 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1991년 4월, 마침내 대전교구로부터 시드니 해외 교포사목자로 장영식 토마스 신부님이 시드니 한인교포 사목자 (제5대)로 오시게 됐다.

 

03_첫 미사 강론 “저는 시드니에 예수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시드니에 부임하시던 첫 미사 집전 강론 중 “저는 시드니에 예수님을 모시고 왔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은 앞으로 다올 수난을 각오하고 시드니에 오셨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졌다.

대개 해외 교포사목을 오시면 편안한 생활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 분은 뭔가 뜻 깊은 사명감을 가지고 부임하시는 것 같았다. 시드니공동체가 네 번이나 자리를 옮겨오면서 겪은 고충을 읽으시고 신자들의 성전건립 염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실 각오였을 거로 생각된다. 그 염원은 중단된 상태의 성전건립 인가를 꼭 받아야겠다는 굳은 ‘믿음 고백’처럼 느껴졌다.

장 신부님은 “내가 임기 동안 할 일 중 꼭 거두고 싶은 것은 그 동안 중단된 우리 한인 성전건립 추진사업을 위한 시드니 교구장님의 허가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 다음 실질적 성전건축은 다음에 오실 사제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사목회장도 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갈 각오를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셨다.

신부님의 예언 같은 말씀에 나 역시 평소 지닌 염원과 같다는 생각에 두려움보다는 새 희망의 눈빛으로 답을 드렸다. 이러한 신부님의 결심은 집행부 사목위원들을 비롯해 전 신자들에게 전파되는 파격적인 협동으로 드디어 1993년 3월에 시드니교구장님 (크렌시 추기경)의 허락을 얻게 됐다.

2년여에 걸쳐10여개의 구역을 돌며 성전건립기금 모금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교구 재정부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신자봉헌기금 약정액이 확인돼 마침내 1995년 5월, 교구 재정부로부터 대출지원 허락을 받게 됐다. 동시에 그 해 9월, 성전명칭도 여러 협의를 거처 오늘의 실버워터 한인성당의 이름 (The Korean Martyrs and St. Stanislaus Church)으로 승인 받게 됐다.

 

04_장 토마스 신부님은 다윗, 신 토마스 신부님은 솔로몬

그 후 본 성전부지 일대의 부속건물들을 철거하고 주위 창고 등을 어렵게 임대해 한글학교 교육장 및 여러 신심단체 모임장소로 사용하면서 1995년 12월 3일, 역사적인 새 성전건립대지 축성식을 시드니교구장 크렌시 추기경님 (Cardinal Edward Clancy AC)을 주축으로 각계인사들을 초대해 테이프를 끊고 추기경님과 장 신부님이 첫 삽을 뜨게 됐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고 한달 후인 1996년 1월, 신부님은 대전교구장 전근발령으로 우리 곁을 떠나 한국으로 가셨다.

지난 15일 신부님을 위한 영결미사를 집전해주신 본당 보좌신부님은 “장 토마스 신부님께서는 일생을 예수님과 같은 삶,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삶을 사셨다”고 추모하셨다.

1996년 2월, 장 신부님 후임으로 신상욱 토마스 신부님이 시드니 한인성당 제6대 주임신부님으로 오셨고 그 동안 장 신부님이 준비한 새 성전 신축진행을 맡아 채 1년도 안돼 1996년 12월 22일, 크렌시 추기경님과 교구 주교 및 사제들과 합동으로 새 성전 봉헌미사를 마쳤다.

필자는 그 동안 우리 공동체에 베풀어주신 성전건립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다윗과 솔로몬으로 표현하고 싶다. 장 토마스 신부님을 다윗, 신 토마스 신부님은 솔로몬으로…. 다윗왕이 성전건립에 모든 준비를 맞게 하시고 실체 건축완성은 솔로몬대왕에게 주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장 신부님의 영결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대성전 모퉁이에 희미한 달빛 아래 머릿돌이 보였다. 그 머릿돌은 1995년 12월 3일 크렌시 추기경님의 새 성전 대지 축성 때 받은 한국성인 기념관 머릿돌이다.  이 머릿돌을 보는 순간 성서의 말씀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집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우리 눈에는 놀라운 일, 야훼께서 하신 일이다.’ (시편 118, 22-23)

 

05_가난한 자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한 거룩한 사제

본당 부임 첫 미사 때 하신 신부님이 하신 말씀… “저는 시드니에 예수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바로 이 성전 모퉁이, 머릿돌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새겼다.

신부님께서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하느님 곁으로 가셨지만 우리 신앙인의 자랑인, 한국 순교복자 성인들을 기리는 기념관 (550석)과 시드니 새 성전 (750석)의  ‘모퉁이, 머릿돌’이 신자들 마음 속에 담겨 영원히 함께하실 것이다.

영주권이 없어 고통 받는 신자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으러 백방으로 뛰시며 도움을 주시던 신부님의 배려, 교민사업장에서 수년간을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 한국으로 돌아가려 해도 여비가 없어 고통 중에 있는 신자를 위해 당신께서 비행기표를 사서 보내주신 자상함….

이처럼 가난한 자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거룩한 사제의 삶, 우리 본당 신자뿐만 아니라 타 민족 신자에까지 사랑을 실천한 장 신부님의 주변에 베푸는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크신가 하는 가르침을 다시 느껴본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오 5,14-16) 장영식 토마스 신부님이 주님의 품 안에서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

 

글 / 김석환 아오스딩 (퍼티니 거주)

Previous article부부 사이의 친절
Next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내 아이 위한 건강하고 맛있는 런치박스 매일 준비하는 도시락 싸기… 쉽고 즐겁게 만들어줄 아이디어 총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