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기상?!

아침 일곱 시… 어김 없이 눈이 떠집니다. 아니, 눈을 떠야 합니다. 바로 옆에서 귀를 찢듯 들여오는 각종 소음 때문에 더 누워 있을래야 누워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동안은 짜증 섞인 반응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치락뒤치락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는 채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여덟 시 반에만 일어나도 아홉 시 반 출근시간을 맞추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아침마다 이렇게 강제기상(?)을 해야 하니 늘 피곤하고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지냅니다. 우리 집이 있는 길은 원래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데니스톤이스트초등학교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긴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시끄럽거나 복잡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저 가끔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전부인 동네였습니다.

그랬는데… 1년 전쯤부터는 적지 않은 소음과 공사차량들로 인해 시끄럽고 북적대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집 건너 중국인 이웃 요크가 듀플렉스를 지을 때만 해도 불편함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전 바로 옆집 호주인 노부부가 동시에 너싱홈으로 들어가면서 전격적으로 그 집을 사들인 중국인 크리스가 2층집을 지으면서부터는 고통(?)이 본격화됐습니다.

워낙 마음 약하고 찌질한 데다가 이웃들과는 잘 지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우리라서 여러 가지 불편들을 조용히 인내하고 지냈는데 한달 전쯤 사고(?)가 터졌습니다. 벽돌을 쌓으면서 레미콘 차가 오고 시멘트를 바르고 하더니 그 집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 집 벽면 전체와 지붕이 온통 시멘트 튄 자국들로 범벅이 돼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어찌 해보려 물로 씻어보기도 했지만 불가… 결국 크리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자기네 집 페인트 할 때 데미지 입은 우리 집도 새로 페인트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실 옆집 공사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각종 소음과 먼지는 물론, 인부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우리 집으로 날아드는 각종 쓰레기들까지… 두 달 전쯤에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 마치 클럽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놔 하루 종일을 멘붕상태에서 지낸 적도 있습니다.

주변 이웃들이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고 난리를 쳤지만 우리는 ‘그러려니’ 조용히 지냈는데 이번처럼 벽과 지붕을 시멘트 얼룩으로 뒤덮은 상태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도 언성을 높이거나 하는 일 없이 조용히 ‘부탁’을 했습니다. 평소 소심한 우리의 성격처럼….

사실 아내나 저나 남한테 큰소리 치는 걸 못해 늘 손해를 보고 삽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훨씬 편합니다. 우리 집 리노베이션을 할 때도 공사 시작 전 우리 집과 맞닿아 있는 세 집을 찾아가 공사 설명을 하며 음료수며 와인이며 과자며 이런 걸 선물하곤 했습니다. 새 집 짓는 것에 비해 공사기간이 훨씬 짧았지만 우리는 평균 2주에 한 번 정도 작은 선물을 들고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이웃들을 챙기곤 했습니다. 그리고 공사가 모두 끝났을 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통 크게(?) 와규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인부들이 옆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예의를 갖춰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2주 전 금요일에는 외출에서 돌아와보니 옆집 인부들이 우리 집 담을 넘어 들어와 벽에 묻은 시멘트 얼룩을 물로 닦고 있었습니다. 사전 양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오히려 벽을 더 망가뜨려놨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 세 번째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한국인 젊은 빌더는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공사를 잘한 건 물론이고 주변에 피해가 가는 일은 손톱만치도 없었고 작업이 끝나면 매일매일 주변청소를 깨끗이 해 쓰레기나 못, 나사 이런 것들이 하나도 굴러다니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서로서로 기분이 좋을 텐데 그게 참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요새는 빨리빨리 공사가 끝나 크리스네 가족이 얼른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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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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